▲ 국내 게임시장에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빅 3'의 비중이 커지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픽사베이>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국내 게임업계 대형사의 ‘철옹성’이 견고해지고 있다. 유명 IP, 자본력, 유통망 등 ‘삼박자’를 갖춘 빅3에 작년 업계 전체 매출의 40%가 쏠렸다. 대형사의 모바일 진출과, 과열된 마케팅 경쟁 속 중견 게임사의 경쟁력은 점점 약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빅3 매출, 중소게임사의 66%

모바일은 한때 중견게임사의 ‘기회의 땅’으로 불렸다. ‘셧다운제’ 등 각종 규제가 PC게임 시장을 덮치면서 다수의 중견사는 개발비 문제를 감당하지 못하고 백기를 들었다. 이후 새 활로로 제시된 것이 바로 모바일이다. PC게임에 비해 개발 기간 및 개발비가 다소 적게 들고, 회전률이 빠르단 것이 강점으로 꼽혔다.

실제로 모바일은 중견게임사에 ‘봄날’을 가져다줬다. 선데이토즈의 ‘애니팡’,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 넥스트플로어의 ‘드래곤 플라이트’ 등은 모바일게임 전성시대의 포문을 연 대표적 작품으로 꼽힌다.

그러나 성숙기를 지난 모바일게임 시장은 최근 그 순기능이 둔화되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 연구소 DMC미디어는 ‘2017년 모바일 게임과 모바일 게임광고 시장의 현황 및 전망’을 30일 발간해 모바일게임 시장에도 ‘승자독식’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넥슨, 넷마블게임즈, 엔씨소프트 등 빅3의 지난해 매출은 업계 상위 13개 기업 매출의 66%를 차지했다. 13개 기업이 6조7,921억원을 벌 때, 빅3는 4조4,795억원을 번다는 얘기다.

DMC미디어 측은 “과거 온라인 PC게임 중심의 대형 게임업체가 모바일로 진출하면서 대형 게임사들의 시장 독식 구조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중소 게임사는 잇따른 신작 흥행 실패로 경영이 악화되고, 올해는 이 비중이 더 커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1일 구글 플레이 스토어 최고매출앱에는 ‘모두의 마블’ ‘세븐나이츠’ ‘레이븐’ 등 대형 게임사의 작품이 상위권을 수년째 차지하고 있다. 출시된 지 2~3년이 지났지만, 거대 자본과 유통망을 앞세운 꾸준한 사세확장으로 여전히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 대형작, IP, 마케팅경쟁… 불리한 시장판도

대형작 위주의 게임트렌드도 고민으로 작용한다. 모바일게임은 ‘캐주얼-런닝-전략RPG’를 거쳐 현재 MMORPG가 최종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블록버스터 장르인 MMORPG는 중견게임사가 개발하기엔 자본의 부담이 막중하다는 점이다. 1~2개 게임에 사활을 거는 중소형사 입장에서 하나의 대형작에 매달리기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매출 담보의 필승카드인 ‘IP(지적재산권)’도 대형사가 들고 있다. 유망한 개발사를 M&A를 통해 품에 안거나, 유명 IP를 보유하는 등 이미 역량을 갖춘 기업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장르적 변화가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유명 IP는 출시 초반 입소문과 유입자를 끌어모으는데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2014년 ‘클래시 오브 클랜’ 개발사인 슈퍼셀이 이례적으로 100억원 대의 마케팅 비용을 투입한 ‘슈퍼셀 사태’ 이후 게임사의 마케팅 경쟁도 급격히 불이 붙었다. 최근 대형 게임사들은 톱스타를 내세운 TV 광고를 공격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 게임사가 마케팅 비용을 넉넉히 확보하기란 여의치 않다. 홍보 기회를 상실함과 동시에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DMC미디어 측은 “둔화기에 접어든 국내 모바일게임의 재활성화를 위해서는 대형 게임사와 중소 게임사의 균형 있는 동반 성장이 필요하다”며 “중소 게임사들은 VR·AR 콘텐츠 개발로 대형 게임사와의 격차를 줄이고, 사드 보복이 가시화된 중국을 제외한 새로운 해외 시장의 개척을 병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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