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라다이스시티는 축구장 46배 크기인 330,000㎡ 규모로 호텔,카지노,컨벤션이 1차로 조성됐고, 내년 상반기에는 플라자, 스파, 클럽, 원더박스(가족형 엔터테인먼트), 공연장 등 다양한 관광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들어선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사내 성추행 사건은 이름만 '낙원(파라다이스)'인 파라다이스시티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파라다이스그룹(회장 전필립)이 잇단 악재를 맞고 있다. 최근 야심차게 오픈한 파라다이스시티(Paradise City)에서 성추행 추문이 불거졌고, 그룹은 세무조사를 받으며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사내 성추문의 경우, 구태한 기업문화를 드러낸 사건이어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 사내 ‘성추행’ 사건… 이름만 ‘파라다이스(paradise)’

“동북아 최초의 복합 리조트로 출발하는 파라다이스시티를 통해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전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한류 대표 여행지를 만들어가겠습니다.”

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은 지난달 20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공식 개장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전필립 회장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처럼 인천 영종도에 들어선 파라다이스시티는 축구장 46배 규모(33만㎡)로, 6성급 호텔을 표방한다. 호텔과 카지노, 플라자, 부티크 호텔, 스파, 쇼핑시설 등을 갖춘 동북아 최초의 초대형 복합 리조트다.

하지만 초호화 시설에 비해 최근 드러난 파라다이스시티의 민낯은 추하고 볼썽사납다.

<프라임경제> 단독보도에 따르면 파라다이스계열사인 파라다이스 세가사미 내에서 수개월에 걸쳐 상습적인 성추행이 벌어졌다. ‘파라다이스 세가사미’는 파라다이스시티 운영사다.

보도 내용을 토대로 사건을 정리하면 이렇다. 파라다이스 세가사미에 인턴으로 입사한 3명의 여직원은 같은 부서의 상사로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수개월에 걸쳐 성추행을 당했다. 수치심을 자극하는 언어적 성추행은 물론, 회식자리 등에서 부적절한 신체접촉도 잦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참다못한 동료 여직원이 부서 팀장을 비롯해, 모기업 파라다이스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징계를 요구했지만 어떤 변화도 없었다. 오히려 회사 측은 가해자를 피해자들이 속한 팀에 배치하는가 하면, 성추행 사건 피해자들을 일방적으로 인사 이동하는 등 불합리한 압박을 자행했다. 수개월에 걸쳐 상습적인 성추행이 벌어졌지만 회사가 이를 방조하고 2차 피해를 부추긴 셈이다.

결국 피해자 여직원들과 이 사건의 증인을 자처했던 내부 직원들은 사표를 내고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는 퇴사한 직원 중 한 명이 이 사건을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에 고소했으며, 경찰은 가해자에 대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가해자는 최근 두 차례에 걸쳐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회에 이제 막 첫발을 내딛은 피해자들이 받은 상처는 어떤 것으로도 보상받기 어려워 보인다.

▲ 파라다이스시티 개장식이 열린 4월 20일 오전 인천 중구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전필립(왼쪽)파라다이스그룹 회장이 사토미 하지메 세가사미홀딩스 회장과 함께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 그룹 세무조사까지…  ‘겹악재’에 먹구름

파라다이스에는 지금도 700여 명 가까운 여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본적인 예방책이 절실하지만 회사 측은 별다른 후속조치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본지는 사건의 정확한 경위 파악을 위해 파라다이스 측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만 회사 측은 해당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피해자들이 섭섭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회사로서는 나름 적절한 조치를 다 했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파라다이스그룹의 악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계열사는 성추행 파문으로 도마 위에 오른데 이어, 그룹은 세무조사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국세청은 이달 초 서울 중구 동호로 소재 파라다이스그룹 본사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 소속 조사요원들을 투입,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세무조사는 2011년 이후 6년만에 이뤄지는 정기세무조사인 것으로 전해진다. 파라다이스그룹은 지난 2006년과 2011년 국세청으로부터 심층(특별)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다.

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은 1조3,000억원이 투자된 파라다이시티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 흑자전환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개장 효과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진데다, ‘사내 성추행’이라는 추문으로 대외 이미지까지 추락한 상황이어서 사정이 녹록지 않게 됐다. 여기에 세무조사까지 겹치면서 올해 매출 전망을 더 어둡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 업계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어 전필립 회장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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