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웨이 P10.<화웨이 홈페이지>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화웨이가 이달 초 출시한 스마트폰 P10 시리즈로 메모리 게이트에 휩싸였다. CEO까지 나서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고객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다. 일각에선 화웨이가 근본적인 가치를 잃어버렸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 다른 부품 채택한 화웨이, 고객에겐 알리지 않아

이번 논란은 화웨이 P10의 성능이 편차를 보인다는 점에서 시작됐다. 같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초당 읽기·쓰기 속도가 2~3배가량 차이난다는 테스트 결과가 공개된 것. 일부 고객들은 “앱 실행시간이 다른 P10보다 두 배 이상 걸린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어 화웨이가 P10에 UFS2.0, UFS2.1, eMMC5.1 등 세 가지 종류의 플래시메모리를 혼용한 사실이 확인되자 논란은 더욱 커졌다.

스마트폰 내부 저장공간을 담당하는 플래시메모리는 전송방식에 따라 성능에 차이를 보인다. UFS 방식의 경우 eMMC5.1보다 이론상 두 배 이상 빠르다. 그러나 화웨이의 경우 P10에 어떤 부품이 탑재됐는지 명시하지 않고 판매한 것. 즉, 제품의 성능차이가 명확함에도, 같은 가격을 매겨 고객을 속인 셈이다.

일부 고객들은 “같은 돈을 내고도 ‘뽑기’를 잘해야만 좋은 성능의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 리차드 위 화웨이 대표가 지난달 27일 웨이보에 올린 글.<웨이보>
◇ 초심 잃은 화웨이, 무너진 신뢰·성실

현재 화웨이는 CEO까지 나서면서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고객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성능이 떨어지는 P10을 구매한 이들에게 보상책을 제시하진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리차드 위 화웨이 대표의 발언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다.

앞서 리차드 대표는 자신의 웨이보를 통해 “이번 문제는 심각한 공급부족 때문”이라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해결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하드웨어의 차이를 소프트웨어만으로 극복하기엔 불가능하다. 오히려 화웨이가 UFS방식에 속도제한을 걸어 차별논란을 벗어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다. 이후 리차드 대표의 게시글에는 평균 1만건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논란이 지속되자 리차드 대표는 지난달 27일 ‘직원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공개하며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을 전했다. 그는 “최초 자사의 대응이 거만하고 부적절했다”며 “고객청취 태스크 포스 구성 등으로 고객을 더 배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성능이 떨어지는 P10을 구매한 고객에 대한 보상책은 없었다. 여기엔 네티즌들은 2만건 이상의 댓글이 올라왔고, 비판이 주를 이뤘다.

일각에선 화웨이의 가치가 무너졌다는 반응도 보인다. 화웨이 창업주 런정페이는 IT 불모지인 중국에서 바닥부터 화웨이를 성장시킨 인물이다. 중국 특유의 꿘시(관계중시) 문화를 고객들에게도 확장시킨 점이 성공의 비결로 꼽힌다. 특히 런정페이는 평소 직원들에게 거래처, 고객 등 모든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성실과 신뢰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객들은 “화웨이는 더 이상 성실하지 않다”며 “결함 있는 제품을 인정하고 반환해야 현재의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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