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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여성 수난시대] ‘성(性) 상품화’ 이대로 괜찮나
[게임 속 여성 수난시대] ‘성(性) 상품화’ 이대로 괜찮나
  • 백승지 기자
  • 승인 2017.05.04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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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 진정일 성우, 여성캐릭터 속옷훔쳐보기 영상 게재… 파문 일파만파

▲ 진정일 성우가 '섬머 레슨' 여성캐릭터의 속옷을 들여다보려는 영상을 올려 물의를 빚고 있다.<유튜브 영상 갈무리>
[시사위크=백승지 기자] 게임 내 여성캐릭터 ‘수난시대’다. 일부 유저들이 여성 캐릭터의 치마 속을 들여다보며 웃고 즐기는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게임 내 여성유저에 대한 희롱 발언의 수위도 점차 도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달 28일 ‘오버워치’에서 ‘정크랫’ 목소리를 연기한 EBS 성우극회 22기 진정일 성우가 게임 팬들에게 거센 질타를 받았다. 진 성우가 개인 유튜브 채널 ‘진정크랫TV’에 게시한 ‘(후방주의) 섬머레슨 팬티 훔쳐보기, PS VR 가상현실 게임 by 진정일 성우’ 영상 때문이다.

문제의 영상에는 진 성우가 최근 출시된 VR게임 ‘섬머 레슨’을 직접 플레이하며 여주인공 ‘미야모토 히카리’의 팬티를 보려고 온갖 편법을 동원한 끝에 성공하는 과정이 담겼다. 해당 게임은 직접적 성적 묘사가 없는 12세 이용가이며, 해당 캐릭터도 미성년자다. 이에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거리낌 없이 소비하는 게임업계의 왜곡된 인식에 대한 울분이 터져 나왔다.

진 성우의 팬카페 ‘작은 요정마을’ 운영진은 29일 “옳지 못한 일이고 옹호의 뜻이 없다”며 카페 운영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오버워치 공식 커뮤니티와 SNS에선 진 성우를 보이콧하자는 여성 게이머들의 주장이 빗발치고 있다.

문제는 이를 진정일 성우 개인적인 사건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때까지 주류 게임문화가 소비해온 ‘여성’의 모습이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마초적인 폭력의 세계에서 양념처럼 향유되는 눈요깃거리에 불과했다.

블리자드의 인기 FPS게임 ‘오버워치’에는 여성 혐오적 발언이 판을 친다. 같은 편 게이머가 여성임을 인식하자 “여자가 무슨 게임이냐” “이번 판 졌다” “신음 들려 달라” 등의 발언을 듣는 경우가 일상적으로 발생한다.

유저들의 잘못된 향유태도에만 그치지 않는다. 게임사가 내놓은 여성캐릭터의 복장만 봐도 남성 유저의 시각적 만족을 위한 의상과 몸매가 강조된다. 넥슨지티의 ‘서든어택2’는 여성캐릭터의 과도한 노출로 성 상품화 논란이 불거지자 한 달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남성이 주 이용자인 게임 콘텐츠 특성상 마초적 일탈과 분노는 게임의 재미를 높이는 하나의 ‘양념’처럼 용인된다. ‘여성’ 자체에 대한 혐오와 성적 대상화 등 남성 중심적 향유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즐기기 위한 게임에서조차 인신공격과 스트레스를 받아온 여성들을 위해 게임 개발사와 유저 모두 문제의식을 가지고 문제를 공론화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