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딸 유담 씨와 건국대 앞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4.13 총선이 끝난 직후의 일이다. 유승민 후보를 오랫동안 지켜 본 한 관계자에게 사석에서 ‘유승민은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었다. “보수꼴통”이라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개혁보수’ ‘열린보수’ 등을 기대했지만 거리가 멀었다. 이 관계자는 유승민 후보의 최측근 중 한 명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외였다.

“보수꼴통”이라고 설명한 이유는 대략 이랬다. “북한은 용납할 수 없는 우리의 적이며, 반드시 무너뜨려야할 정권이라는 데 의심이 없다” “평소 말수가 없는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다” “한 번 뜻을 세우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밀고 나간다” 등이다. 좋게 말하면 ‘철저한 원칙주의자’였고 나쁘게 말하면 ‘앞뒤 꽉 막힌 소시지 같은 사람’이라는 의미였다.

“배신의 정치”라며 자신을 찍어내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슬퍼런 위세에 굴하지 않았던 것도 이 같은 성정 때문에 가능했을 터다. 주류계파의 노골적인 공천학살에 고개를 숙이지 않았던 것도 마찬가지다. 물론 융통성이 없다는 점에서 원성도 많았다. 바른정당 창당작업에 참여했던 한 실무자는 이렇게 전했다.

“사실 유승민 의원이 (바른정당에)입당하기 전부터 창당준비 작업에 들어간 상태였다. 창당 전 조직정비는 물론이고 당명 당색 홍보문구 등 준비할 게 산더미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월한 창당을 위해 각종 자료들을 미리 준비했는데, 유 의원이 합류한 이후 처음부터 다시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당의 이념과 노선을 먼저 확실히 정하고 단계적으로 진행하라’며 폐기했다고 하더라.”

이를 두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최근 토론회에서 “유 후보가 덕이 없다고 14명이나 뛰쳐나오지 않느냐”고 공격했다. “대구 가보면 유 후보는 배신자로 돼 있어서 앞으로 정치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아마도 유 후보의 정치인스럽지 않은 고지식한 면 때문에 소속의원들과 거리가 멀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유 후보가 앞으로 정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데는 선듯 동의하기 힘들다. 유 후보의 이 같은 성정이 가장 대구를 닮았기 때문이다. 현재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안타까운 감정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영원하리라고 볼 수는 없다.

정답은 아니지만 비슷한 답은 김부겸 의원 측에서 나왔다. 4.13 총선 당시 김 의원의 대구지역 조직을 담당하고 있던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었다. “대구는 조선시대 사림이 가장 왕성했던 곳으로 ‘목을 자를지언정 상투는 자를 수 없다’는 선비정신이 지금까지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이들은 명예와 전통을 중시하며 자신의 생각을 밖으로 잘 표출하지 않는다. 마음을 얻기 힘들지만 한 번 얻으면 잘 바뀌지 않는 특성이 있다. 민주당에 차가운 이 민심을 돌리기까지 우리는 두 번의 낙선이 필요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