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및 조기대선으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일부 식품업체가 주요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서 여론의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촉발된 사상 초유의 대통령 보궐선거, 제 19대 대선이 새로운 정권의 탄생과 함께 막을 내렸다. 이번 선거는 과거 어떤 대선보다 기간은 짧고 후보는 많았다. 그만큼 여러 변수가 등장하며 온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26%의 사전투표율과 77.2%의 최종투표율이 이를 증명한다.

이처럼 국민적 관심이 대선에 쏠린 사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일도 이어졌다. 서민들의 삶을 팍팍하게 만드는 기업들의 ‘가격 인상’도 그 중 하나다.

◇ 광장에서 찾던 ‘사이다’, 대선 직전 가격 인상

대선 하루 전이자, 마지막 선거운동 기간이었던 지난 8일. 롯데칠성음료는 7개 주요 음료 제품의 편의점 판매가격을 평균 7.5% 인상했다. 여기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과정에서 ‘사이다 발언’ 등의 유행어로 간접홍보 효과를 누린 칠성사이다도 포함됐다.

이보다 앞선 지난 1일에는 삼양식품이 대표적 서민 식품인 라면 12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5.4% 인상했다. 또한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BBQ도 이달부터 치킨값을 올려 받기 시작했다.

범위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시작 이후로 넓히면,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는 더욱 팍팍해졌다. 지난해 12월엔 라면 업계 1위 농심이 12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5.5% 인상했고, 지난해 11월엔 코카콜라의 음료 제품과 하이트진로의 맥주 제품 가격이 올랐다. 또 올해 들어서는 패스트푸드 업체 맥도날드와 버거킹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이는 모두 서민에게 친숙한 품목이자, 장바구니 물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품목이다.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에는 4년 3개월 만에 2%대를 기록하더니 3월에는 4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2.2%를 기록했다.

◇ 초유의 국정농단-조기대선 속 잇속 챙긴 기업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가격 인상이 이뤄진 시점이다. 지난해 10월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대한민국은 사상 초유의 혼란을 겪었다. 수천만명이 광장과 거리로 나와 촛불을 밝혔고, 정치·경제 최고 권력자들에 대한 수사가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헌정 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으로 국정공백이 발생한 가운데 조기 대선이 치러졌다.

때문에 지난해 10월말부터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 지난 9일까지, 대다수 국민들의 관심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및 대선에 집중됐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부 식품 업체들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물론 저마다의 가격 인상 이유는 있다. 인건비 등 원가가 증가했고, 그동안 가격 인상 요인 속에서도 인상을 자제해온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결코 곱지 않다. 세간의 관심이 다른 곳에 집중된 틈을 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는 지적이다.

대학생 한모(24) 군은 “기업의 기본이 이윤추구라는 것은 알지만, 기업도 하나의 사회구성원인데 다소 이기적이라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가정주부 이모(33) 씨는 “가격을 올릴 땐 온갖 이유를 붙여 확 올리고, 원자재 가격이 떨어졌다는 소식이 들려도 가격은 내려가지 않는다”며 “근본적으로 가격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가격 인상이 신호탄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격 인상을 대체로 업계 1위 업체가 먼저 발을 떼고, 나머지 업체가 뒤따르는 모양새를 취한다. 현재 가격 인상에 나선 업체들은 대부분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곳이다. 업계 내 추가적 가격 인상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 시점을 정하는 것도 기업 입장에선 큰 고충”이라며 “원가 상승 등 가격 인상 요인이 충분한 상황에서, 새로운 정부에서 물가 잡기에 나설 경우 기업은 그만큼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일부 업체의 가격 인상엔 이러한 요인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