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에 위치한 완구기업 손오공 본사 전경. <네이버 거리뷰>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완구제국 손오공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폭락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면서 재무구조에 빨간불이 켜지더니 급기야 적자 기업이 됐다. 주가도 심상치 않다. 업계 최대 성수기인 5월 가정의 달 특수를 누리지 못한 채 하락세를 걷고 있다. 이런 가운데 종전의 히트를 쳤던 ‘터닝메카드’의 인기마저 시들해 지고 있는 형국이라 부진의 늪에서 쉽게 나오기 힘들 전망이다.

◇ 적자기업 된 완구제국… 터닝메카드 열풍도 ‘시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손오공은 올해 1분기 13억5,900만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이 회사는 27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직전 분기와 비교했을 때도 수익성은 크게 악화됐다. 7억6,400만원의 영업적자를 낸 지난해 4분기보다 무려 77.88%감소했다. 매출액도 줄었다. 지난해 동기 337억8,200만원의 매출을 달성했던 손오공은 올해 1분기에 100억원 가량 감소한 230억7,800만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는 324억5,100만원이던 지난해 4분기보다도 28.88% 하락한 금액이다.

그 결과 순이익도 뒷걸음질 쳤다. 올해 1분기 11억7,7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7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한 직전 분기보다는 절반 이상 개선된 실적이기는 하나, 지난해 동기(25억6,100만원)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업계에서는 손오공의 부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대박을 쳤던 터닝메카드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지만 대책마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완구 업계 대목인 어린이 날을 목전에 둔 지난 3일, 주요 유통채널에서 터닝메카드는 판매 순위 1위 자리에서 밀려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롯데마트에서 새롭게 왕좌의 타이틀을 차지한 건 가이아 코퍼레이션의 로봇 완구 ‘다이노코어’였다.

지난 2년 연속 어린이날 판매고 1위를 기록했던 터닝메카드 시리즈는 8위를 기록하면서 체면치레 하는데 그쳤다. 품귀 현상을 보여 터닝메카드를 구하려는 학부모들의 애간장을 태우게 만들었던 불과 1년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는 평가다.

이마트에서도 사정은 비슷했다. 터닝메카드 시리즈는 베스트5 밖으로 밀려났다. 대신 덴마크산 블록완구인 레고가 최상위권을 휩쓴 것으로 나타났다.

◇ ‘오너 독식’… 장사 잘해도 남는 거 없는 손오공

터닝메카드의 추락은 회사 주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연말과 함께 완구시장 최대 호황인 5월 이 회사의 주가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하락 추세다. 연초 만해도 주당 가격이 6,000원대에서 박스권을 형성하던 손오공의 주식 가치는 5월 들어서 5,000원대로 떨어졌다.

어린이 날이 지난 8일까지 5,800원선에서 보합세를 보이더니 이틀 후인 10일에 5,200원선으로 하락했다. 11일 오후 현재 손오공의 주식은 전일 대비 10원 하락한 51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손오공의 앞날을 어둡게 하는 요인은 또 있다. 손오공의 기업 구조 상 이 회사는 자사 제품의 판매율이 상승하더라도 그 수익을 온전히 얻을 수 없는 위치에 놓여있다. 손오공은 단순히 제품을 유통하는 역할만 하고 있을 뿐, 정작 영업이익율이 높은 기획 및 생산 등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업체는 따로 있다.

‘초이락컨텐츠팩토리’다. 초이락은 최신규 손오공 회장 일가가 99.99%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최대 주주는 최 회장의 아들 최종일 대표(44.99%)다. 또 최 회장의 두 딸 율하, 율이 씨가 각각 25%, 20%를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의 아내 이희숙 씨도 10%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에 업계와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회사의 수익을 오너 일가가 독식하고 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한편 본지는 손오공 측이 파악하고 있는 실적 부진의 원인과 이에 대한 대책, 오너 중심의 기업 구조에 대한 세간의 지적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관계자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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