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조국 민정수석의 임명 소식이 전해진 11일 김수남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소임을 어느 정도 마쳤다고 생각했다”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정치권과 법조계의 해석은 사뭇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 의지와 검찰 조직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선택이라는 것. 앞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조국 민정수석의 임명에 대해 “대통령의 강력한 검찰 개혁과 권력기관 개혁의지를 확고히 뒷받침할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 조국 신임 민정수석 “검찰에 전화할 생각 없어”
실제 조국 민정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검찰 개혁 공약을 일찍부터 주장해왔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이 그 일례다. 검찰은 난색을 보였다. 공수처는 대통령의 친인척과 고위공직자 비리 행위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전담하는 별도 기구로, 그동안 검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녹아있다. 조국 민정수석은 임용 발표 직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검찰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검찰을 살리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대신 조국 민정수석은 인사권 독립을 약속했다. 그는 “검증만이 민정수석의 정당한 권한”이라면서 “인사권은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에 있고, 수사는 검찰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민정수석은 수사지휘를 해선 안 된다”고 확언했다. 검증을 빌미로 인사에 개입하거나 검찰을 정권 강화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완전한 분리를 위해 민정수석실 파견 근무 후 검찰로 복귀하는 일은 “절대 안 된다”고 일축했다.
조국 민정수석이 검찰 조직의 이해관계에 벗어나 있는 만큼 강도 높은 개혁이 예상되고 있다. 이를 위한 본인의 각오도 남다르다. 그는 “비검찰 출신인 제가 (민정수석에) 와 있다는 얘기는 검찰에 전화해서 수사지휘 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하는가 하면 장관 후보자들의 검증 기준과 관련 “법과 규칙에 따라 건조하게 진행할 것”이라며 원칙주의자다운 면모를 나타냈다. 이와 함께 개혁에 대한 속도전을 예고했다. 데드라인을 내년 6월 지방선거 전으로 잡았다. “선거가 시작되면 개혁에 관심이 없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검찰 개혁의 성패는 장담하기 어렵다. 조국 민정수석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검찰 개혁 시도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강금실 카드’로 검찰 개혁의 물꼬를 텄으나, 검찰 내부의 거센 반발로 미완에 그쳤다. 참여정부 초대 민정수석이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다. 실패를 맛봤던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카드’로 다시 한 번 팔을 걷어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