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호산업 본사가 위치한 종로구 새문안로의 금호아시아나 빌딩의 모습. <금호아시아나>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대기업 계열사지만 건설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미비했던 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시평 10위권 밖의 중견건설사로 분류되는 한화건설, 금호산업, 두산건설 이들 3개사에서 뚜렷한 실적 개선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는 것. 그간 이자 갚기에도 급급했던 한계기업의 모습에서 그룹사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건설사로 환골탈태하고 양상이다.

◇ 실적 본궤도 오른 대기업 중견사 ‘3인방’

한화건설에 있어 지난 한해는 매우 뜻깊은 시간이었다. 2년간 이어진 적자의 터널에서 마침내 탈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2014년과 2015년 연이어 4,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한화건설은 지난해 89억원 가량의 영업익을 달성했다.

순이익도 흑자로 바뀌었다. 지난해 2,5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각각 4,200억원과 4,500억원의 순손실을 입었던 2014년과 2015년과 비교했을 때, 적자의 흔적을 지워낸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이다.

한화건설의 선전은 자연스레 최대주주(93.75%)인 (주)한화에게 수혜로 이어졌다. 지난해 (주)한화는 계열사들의 호조에 힘입어 연결기준 매출액 47조1,214억원, 영업이익 1조7,749억원, 당기순이익 1조3,480억원의 최대 이익을 달성했다. 여기에는 특히 3년 만에 실적 정상화 반열에 오른 한화건설의 역할이 컸다.

시평 15위의 금호산업도 최근 실적이 본궤도에 오른 모양새다. 올해 1분기 업계 최고 수준의 순이익률인 13.9%를 기록하면서 354억원의 순이익을 얻었다. 이는 10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가량 개선된 수치다.

이미 1분기에만 8,100억원의 신규 일감을 따내면서 올해 목표치인 1조8,000억원의 45% 가량을 해결했다. 금호산업은 남은 3개 분기 동안 남은 1조원을 채우기만 하면 되는 다소 여유로운 위치에 놓이게 됐다.

두산건설 선전도 눈부시다. 2014년부터 매년 30%씩 증가한 수주에 힘입어 재무구조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연결기업 영업익은 112억원,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8.7% 늘어난 3,266억원을 기록했다.

◇ ‘재무구조 개선’… 좀비기업 탈출 신호탄

차입금도 감소세가 뚜렷하다. 2014년 말 1조5,655억원이던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8,212억원으로 줄었다. 1분기 순이자비용도 전년 동기 대비 28% 줄어든 188억원으로 감축하는 데 성공했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지속적인 재무구조 개선으로 올해 이자보상배율(ICR) 1배수 이상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자보상배율이란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1보다 클 경우 해당 기업이 이자비용을 충당하고도 추가로 이익을 남긴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반대로 1보다 작을 경우 이자비용 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상태가 3년 연속 지속될 경우 해당 기업은 한계기업이나 좀비기업으로 간주된다.

한화건설과 두산건설이 이러한 경우에 속한다. 한화건설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자보상배율이 각각 -3.84, -4.64, 0.92였다. 두산건설도 같은 기간 0.58, -0.77, 0.12를 기록했다.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보이며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 있는 이들 건설사들이 한계기업이라는 오명을 벗고 그룹사 이름에 걸맞는 계열사로 재탄생할 수 있을지 여부에 업계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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