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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찬 ‘숏컷’] 문재인 정부, 개혁 위한 협치시대 열어야

   
▲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
[시사위크]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가 경쾌하다. 기대했던 것보다 좋다. 청와대 계단 앞의 ‘훈남 미장센’은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가장 인상적인 패러디로 읽힌다. 셔츠 차림의 참모들과 커피를 들고 산책하고 토론하는 모습은 열린 정부의 상징이다.

인천공항을 전격 방문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약속한 대목도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한다. 국정교과서 폐지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약속도 신선하다. 외국 정상들과의 전화통화도 그렇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당당한 대응도 합격점이다. 당당한 외교, 단호한 안보로 국익을 지켜나가야 한다.

인수위라는 애피타이저가 없어도 국민들은 훌륭한 만찬을 받은 듯 흐뭇하다. 몇 개의 맛없는 인사 잡음이 있겠지만 전체적인 흐름으로 타고 넘을 것이다. 새 대통령의 행보에 대한 국민들의 긍정적 반응을 역사상 최악의 정권 뒤에 갖는 반사효과라 폄훼하기엔 문 대통령은 지난 5년 동안 정말 많은 준비를 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번 대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국민이 이끌어왔다. 불의와 불평등에 항거한 국민들의 촛불 시민혁명은 위대한 민주주의의 전진을 가져왔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이 직선제 쟁취라는 성과를 바탕으로 민주화 세대의 시대를 열었다면, 2017년 대통령 탄핵을 쟁취한 촛불 시민혁명은 이 나라가 민주공화국임을 선언한 역사적이고 세계적인 사건이다. 민주공화국의 시대는 사회적 약자를 포함해 국민이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여러 위기들 가운데 가장 본질적인 것은 불평등의 위기다.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경제불평등의 심화가 자본주의, 나아가 인류의 위기를 초래해왔다. 자유 민주주의 체제가 불평등 문제에 대해 이렇다 할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을 때 파시즘이 등장하고 공산주의 체제가 등장했다. 대중의 불만은 전체주의의 먹잇감이 되기 쉽다.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도 그렇다. 브렉시트나 트럼프 당선, 푸틴, 아베 등 준 독재체제의 등장은 대중이 ‘가짜 뉴스’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내는 징표다.
 
불평등 문제는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 일국적으로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얼핏 불가능한 꿈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 기득권의 논리나 현실 논리로 이 문제를 외면하는 순간 위기가 찾아오게 된다.

재벌개혁을 비롯한 경제구조개혁이 가장 본질적이고 어려운 과제다. 시민들이 광장에서 가장 강력하게 요구한 것은 공정한 나라, 정의로운 나라다. 관료, 검찰, 언론과 결탁한 재벌의 힘은 실로 막강하다. 박근혜 게이트도 정경유착이라는 구시대적 범죄가 아니었다면 그렇게까지 강력하진 않았을 것이다. 재벌 대기업이 정권과 결탁해 중소기업의 성장을 근본적으로 막아왔던 사실은 온국민이 알고 있다.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재벌이 누려온 특혜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무수한 학자들이 현실론을 들어 개혁을 막으려 할 것이다. 재벌의 광고에 의존하는 언론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재벌개혁이야말로 국민의 삶, 일자리, 소득 불평등과 직결된 문제다. 문재인 정부가 소명의식을 갖고 이 문제를 풀어줄 것을 기대한다. 

이와 더불어 검찰개혁, 언론개혁, 정치개혁 등 무수한 개혁과제들을 슬기롭게 풀어가길 바란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이 과제들을 잘 풀어가려면 협치가 필수다. 탄핵을 반대하고 헌재 결정을 비난한 홍준표를 제외한 후보들이 얻은 득표율이 75%에 이른다. 개혁과제에 동의하는 정치세력과의 과감한 협치를 통해 대한민국을 획기적으로 전진시킨 대통령이 되기 바란다. 개혁을 위한 협치모델을 어떻게 세우는가가 리더십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에 강한 의지를 가진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조국 민정수석과 새로운 검찰 수뇌부가 검찰을 권력의 하수인으로 만들어온 제도적 한계를 과감히 개혁하기 바란다. 언론개혁도 필수적이다.

정치개혁은 선거제도 개혁과 개헌이라는 국가적 의제를 포함하고 있다. 다당제 실현을 위한 비례대표 강화, 결선투표제 도입, 18세 선거권 도입 등 미래를 위한 정치 시스템 구축에 앞장서야 한다. 나아가 지방정부 수준의 지방분권 제도화, 알파고 시대의 개인정보보호를 비롯한 기본권 강화, 제왕적 대통령제 해체 등을 포함한 개헌작업에도 착수해야 한다. 개헌논의가 개혁 드라이브를 흐릿하게 만들 수 있다는 항간의 우려가 있지만, 촛불 시민혁명의 주역인 국민을 믿고 당당하게 개헌논의를 주도한다면, 오히려 문재인 정부가 구체제 청산을 넘어 새 시대의 서막을 여는 데까지 나아갈 수도 있을 것이다.

바츨라프 하벨은 1990년 신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치가 공동체를 속이거나 약탈하기 위해 필요한 표현이 아니라 공동체의 행복에 공헌하려는 열망의 표현이어야 한다고 가르쳐봅시다. 정치란 가능의 예술일 수 있습니다. 특히 ‘가능’에 투기, 계산, 모의, 뒷거래, 조작이 포함된다면 그러합니다. 정치는 불가능의 예술일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우리 자신과 세계를 향상시키는 예술일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담대한 개혁으로 ‘불가능의 예술’을 실천해주기 바란다.

시사위크  sisaweek@sisa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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