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한국당이 대선 패배 책임 소재를 두고 '정우택 사퇴'와 '친박계 청산' 사이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사진은 친박계 청산을 주장하는 홍준표(사진 오른쪽) 전 경남도지사와 사퇴론에 휩싸인 정우택(사진 왼쪽) 한국당 원내대표. <뉴시스>

[시사위크=최영훈 기자] 자유한국당이 19대 대선 패배 이후 책임론을 두고 친박근혜계와 비박근혜계 의원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는 홍준표 당시 한국당 대선후보가 24% 득표율로 2위를 차지했음에도 대구·경북(TK)과 경남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패한 초라한 성적표에 따른 것이다. 이를 두고 한국당 내부에서는 당내 친박계 청산과 원내대표 책임론이 맞붙는 형세다.

한국당 대선후보였던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와 초선 의원들은 당내 계파 청산을 주장했다. 홍준표 전 지사는 16일 자신의 SNS에 “구(舊) 보수주의 잔재들이 당을 좌지우지 하고 있는 한 우리 국민들은 한국당을 버릴 수 밖에 없다”며 “한국당은 이념적 지향점과 지도부를 바꾸고, 정신과 자세도 바꿔야 한다”며 “10년 집권으로 관료화된 당의 조직도 전투적인 야당 조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 초선의원들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계파 패권주의와 선수(選數) 우선주의를 배격하자”고 주장했다. 초선의원들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이번 대선결과를 통해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수용하고, 분골쇄신의 자세로 혁명적 당 혁신에 나설 것을 천명한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들은 앞서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작성했다.

초선의원들은 “제19대 대선에서 한국당은 간신히 득표율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지기반이라 불리는 영남지역의 득표율은 절반으로 추락했고, 20~30대는 등을 돌렸다”면서 “존폐의 위기 앞에서 한국당은 철저히 반성하고 생즉사 사즉생(生則死 死則生)의 각오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계파 패권주의와 선수 우선주의를 배격하고 인재를 능력에 따라 등용하고, 젊은 세대와 민심을 반영하는 리더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친박계의 ‘원내대표 책임론’에 정우택 반발

이날 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친박계 일부 의원들은 ‘원내대표 책임론’을 꺼내 들었다. 김진태 의원은 “우리 당은 대선 패배 이후 책임지는 분이 거의 없다. 정우택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어떤 지도력을 발휘했나”면서 “역대 가장 큰 표차로 지고도 지금 이게 진 사람들의 모습인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김태흠 의원도 “대선이 끝났고 국가 운영 시스템과 국회도 여야가 바뀌었으니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의총 의제가 앞으로 원내대표를 언제까지 새로 뽑고, 새 원내대표가 정해지면 새 지도부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여야 하는데 의제가 잘못됐다. 원내대표와 새 지도부 구성 일정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친박 의원들은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당 지도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윤상현 의원은 “개인적으로는 보통 선거가 끝나면 새로운 지도부가 열리도록 해주는 게 정도(正道)”라며 조기 전당대회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덕흠 의원 역시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다른 당은 다 쇄신하는데 지도부가 그런 게 안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당내 일부 친박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정우택 원내대표는 “당을 위한 고언”이라면서도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선거가 끝나면 대게 나오는 이야기”라며 “다른 당은 임기가 끝나서 원내대표 선거를 한 것이고 바른정당과 우리 당은 임기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바로잡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기 전당대회 개최 주장을 두고 “6월 임시국회 중간에 전당대회 개최는 어려울 것”이라며 “의원들도 대개 7월 중으로 생각하는 듯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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