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선거과정에서 두 사람이 격돌한 지점은 당청관계 설정부분이었다. 홍영표 의원의 경우 청와대와의 찰떡공조를 주된 기체로 내걸었다. 이날 정견발표에서도 홍 의원은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처럼 국정운영을 하면 안 된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성공을 위해서는 확고한 당정청 국정운영 시스템이 조기에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이 같은 발언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던 김근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떠올리게 했다. 우 의원이 당시 김근태 고문의 비서실장을 맡고 있었다. 안정적인 당청관계를 위해서는 자신이 당선돼야 한다는 게 홍 의원의 주장이었다.

◇ 우원식 원내지도부, 수평적 당정관계 설정에 방점

이에 반해 우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성공 열쇠는 여야 협치에 달려있다”며 야권과의 협치를 최우선순위로 놨다. 그러면서 “원내대표의 조건은 품이 넓은 원내대표”라며 자신이 ‘유능한 협상가’임을 적극 내세웠다. 또한 “중진의 경험과 경륜, 초재선의 패기와 용기가 합쳐진다면 못 뚫을 게 없다”며 당과 국회의 역할에 보다 무게를 뒀다.

차이는 두 후보자가 경선에 앞서 배포한 공보물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홍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전면에 배치한 반면, 우 원내대표는 당 소속의원들의 얼굴사진을 바둑판식으로 배치해 앞면을 꾸몄다. 우 원내대표의 7표차 신승은, 당과 의원 개개인에 초점을 맞췄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당선 후 이뤄진 원내지도부 인선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 우 원내대표는 원내수석으로 박홍근 의원을, 원내대변인에 강훈식 의원과 제윤경 의원을 임명했다. 박홍근 의원은 박원순 시장의 사람을 꼽히고, 강훈식 의원과 제윤경 의원은 대선경선 기간 각각 안희정 캠프와 이재명 캠프에 몸담았던 인사들이다. “탕평을 위한 인사 성격”이라는 게 우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물론 우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이나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울 것이라는 보는 견해는 거의 없다. 정책이나 정치철학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와 방향이 일치하고, 힘들게 이뤄낸 정권교체의 좋은 흐름을 망칠 이유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무엇보다 열린우리당 시절 당청관계 불안정으로 정권을 내줬던 뼈저린 경험이 좋은 교훈이 됐다.

이를 감안한 듯 우 원내대표는 “17대 국회 열린우리당 때 좌절이 있었다. 그래서 당정청이 한 팀으로 가기 위해 경험을 통해 많은 고민을 했다”며 “당청 유기적 협력이 매우 중요하고, 또 첫해 1년이 매우 중요하다. 힘을 모으면 과거 집권경험과 함께 문제를 해결할 토대가 마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친문이 아니기 때문에 소통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지난 대선 때 한 팀으로 했기 때문에 친소관계는 큰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