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대선이후 처음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렀다. 의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악수를 하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수많은 취재진들에게 들으라는 듯 껄껄 소리를 내는 의원도 있었고, 계파갈등으로 서로 안 볼 듯했던 의원들도 악수와 포옹에 거리낌 없었다. 단상에 오른 의원들은 덕담과 함께 한 마디씩 유머도 곁들였다. 한 의원은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물론 그렇다. 10년의 야당생활을 청산하고 정권을 되찾는데 성공했으니 어느 때보다 기쁜 것이 당연하다. “모두의 승리”라고 자타가 공인하듯 문재인 후보와 당이 혼연일체였기에 기쁨은 더욱 배가됐을 것이다.
그런데 1년 2개월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의 분당으로 민주당은 최대 위기를 맞았었다. 100석도 건지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분위기가 짙게 드리웠었다. 시간을 조금 더 앞으로 당기면, 극심했던 계파갈등의 악몽이 떠오른다. 정확히 2년 전에는 수석최고위원이 ‘이게 패권주의’라며 회의석상을 박차고 나가고, 다음 최고위원이 노래를 부르는 초유의 사건도 있었다. ‘봉숭아 학당’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었다.
그 암울했던 민주당을 위기에서 구해낸 것은 오롯이 국민이다. 순간의 기쁨에 빠져 국민을 외면하고 ‘호가호위’로 이어진다면 얼마든지 과거의 암울했던 시절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지금은 침체기에 빠진 자유한국당이지만, 2~3년 전 승승장구하던 시절에는 분위기가 지금의 민주당과 흡사했었다.
개그맨 유재석은 과거 연말 시상식에서 후배 광희를 향해 “운이 좋을 때 조심해야 한다”며 “그럴 때 일수록 자기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잘 나가던 연예인이 한 순간의 구설수로 대중과 멀어졌던 일화를 수차례 봐왔던 경험에서 나온 조언이리라.
유대인의 성경주석인 미드라시에는 이런 이야기가 전해진다. 큰 전쟁에서 승리했던 이스라엘 왕국의 다윗왕은 ‘승리로 교만하지 않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문구를 솔로몬 왕자에게 부탁했다. 솔로몬 왕자는 역사에 남을 명언을 남겼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