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 대해 노동계의 사퇴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과 함께 새 정부의 문을 연지 이제 막 일주일이 지났다. 인수 기간 없이 곧장 업무에 돌입한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총리, 비서실장, 민정수석 등 주요 인사를 차례로 발표하며 새로운 시대를 이끌 인물 발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그중 한 인물이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다.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이 그 주인공이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박형철 비서관을 소개하며 ‘면도날 검사’라는 별명이 붙은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검사 시절 ‘공안통’으로 이름을 떨친 박형철 비서관의 가장 주목할 만한 경력은 ‘국정원 댓글 의혹 수사’다. ‘최순실 특검’에서 활약한 윤석열 전 검사가 당시 수사팀장이었고, 박형철 비서관은 부팀장이었다.

이 수사는 박형철 비서관의 ‘검사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수사를 적극적으로 펼치는 과정에서 검찰 수뇌부와 마찰을 빚었고, 이후 징계와 징계성 인사가 이어지자 지난해 1월 검찰을 떠났다. 원칙과 소신을 지키다 미운털이 박혀 검사 옷을 벗은 인물로 평가된다.

◇ 소신 지켰던 박형철 비서관, ‘노조파괴’ 그림자 드리우다

박형철 비서관의 이러한 경력은 ‘적폐 청산’이란 시대정신에 부합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를 논란에 휩싸이게 한 것일까.

문제를 제기한 쪽은 노동계다. 박형철 비서관이 변호사 시절 갑을오토텍 측 법률대리인을 맡은 이력을 문제로 지적했다. 갑을오토텍은 이른바 ‘노조파괴 용병채용’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곳이며, 현재도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고 있다.

논란이 일자 박형철 비서관은 “갑을오토텍 변론으로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갑을오토텍 사건을 맡은 것은 문제가 된 이전 경영진이 기소된 이후인 지난해 봄부터였고, 변호사로서 사측에 불법행위를 하지 말도록 조언했다”고 사과 및 해명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금속노조 갑을오토텍 지회 등은 납득할 수 없는 해명이라며 자진사퇴 및 임명철회를 계속해서 요구했다. 지난 16일에는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형철 비서관은) 사실과 다른 이야기, 즉 사측의 일방적 입장을 반영한 의견을 내서 결론적으로 거짓변론을 했다”며 “자신이 대리한 결과가 고(故) 김종중 조합원의 죽음과 갑을오토텍 문제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쳤고, 앞으로 미칠지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없다”고 강조했다.

▲ 지난해 8월, 갑을오토텍 아산공장 앞에서 직장폐쇄를 규탄하는 집회를 갖고 있는 노조. <뉴시스>
◇ 무슨 일들이 있었나

먼저 객관적 사실관계를 들여다보자. 갑을오토텍은 2014년 노조파괴에 투입할 목적으로 특전사 출신 등을 신입사원으로 채용해 노조와 극심한 갈등을 빚었다. 결국 이 사건으로 전 대표가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7월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지난해 11월 열린 항소심 역시 같은 판결이 내려졌다.

하지만 이후에도 갑을오토텍의 노사갈등은 계속됐다. 2015년, 2016년 임단협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진 것이다. 결국 노조는 파업을, 사측은 직장폐쇄를 실시했고 현재까지 300일 가까이 갈등을 빚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사측의 불법 대체인력 투입을, 사측은 노조의 불법 공장점거를 각각 주장하기도 했다.

박형철 비서관이 법률 대리를 맡은 것은 노조파괴 사건 및 해당 사건으로 기소된 전 대표가 아니다. 해당 사건 이후 불거진 노사갈등 과정에서 사측의 법률 대리를 맡았다.

노조가 핵심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은 ‘직장폐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서다. 갑을오토텍 지회는 사측의 직장폐쇄가 불법이라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최근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갑을오토텍 사측의 직장폐쇄가 적법하다는 판결이다.

노조는 이러한 판결이 내려진 과정에서 박형철 비서관이 사측의 법률 대리를 맡았고, 갑을오토텍의 노조 간부 고소·고발 역시 함께 했다고 지적한다.

▲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가진 금속노조 갑을오토텍 지회는 박형철 비서관의 사퇴를 재차 요구했다. <뉴시스>
◇ ‘노동존중’ 잊은 인사 VS 노조의 지나친 주장

박형철 비서관을 둘러싼 논란은 엇갈린 반응을 낳고 있다.

먼저 적절치 않은 인사라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노동이 존중받는 나라’를 선언한 만큼, 좀 더 세심한 검토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계 관계자는 “갑을오토텍은 노조파괴와 관련해 상징적인 곳이고, 여전히 노사갈등이 현재진행형인 곳”이라며 “먼 과거도 아니고, 최근까지 법률 대리를 맡았던 인물이 문재인 정부의 첫 인선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노조의 주장과 요구가 지나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박형철 비서관은 갑을오토텍의 ‘노조파괴’와 관련해 법률 대리를 맡은 것이 아니라, 파업과 점거, 직장폐쇄로 노사가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측 법률 대리를 맡은 것이다. 그런데 마치 박형철 비서관이 갑을오토텍의 ‘노조파괴’를 동조 및 비호한 것처럼 호도해 사퇴까지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노조의 주장이 지나치게 주관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갑을오토텍 지회는 법원의 가처분 신청 기각에 대해 “일반적인 상식과 공정성을 잃은 판결”이라며 “사측의 불법에 손을 들어준 사법부를 보며 아직도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는 확신만 심어졌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지난해 갑을오토텍 전 대표에 대해 법원이 검찰 구형보다 높은 처벌을 내렸을 때에는 “용기 있는 판결”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힌 바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광장의 촛불민심이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최순실, 이재용 등을 구속시킨 원동력이었지만, 이 모든 과정은 철저하게 법질서 내에서 이뤄졌다. 국민주권은 물론, 우리 사회에 법과 제도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자신들의 주장이나 입장에 반하는 판결이 내려졌다고 해서 법을 신뢰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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