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기념식 참석이 9년째에요. 외부에서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유족들은 기념식이 있는 오늘을 빼면 죄인 같은 심정으로 살아요. 5.18이 광주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고 이제 그만하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정말 고통스럽죠. 그래서 평상시에는‘유족’이라고 얘기도 쉽게 꺼내지 못해요.”
◇ 유족들 “문재인 대통령이 명예회복 시켜줄 것 기대”
A씨는 5.18 민주화항쟁으로 남편이 크게 다쳐 평생 고통을 받다가 2000년대 초반 사망했다고 한다. 남편의 이야기를 꺼낼 때는 조심스러웠는지 머뭇거리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옆에서 대화를 조용히 듣던 B씨(66·여)는 “그럴수록 더 당당하게 말해야제”라고 끼어들었다. 버스운전을 하던 남편을 당시 사건으로 잃은 B씨는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조사까지 받았다고 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더 이상 다른 말이 나오지 않도록 확실하게 5.18 진상을 밝히고, 유족들의 명예를 회복해 달라는 기대는 절실했다. A씨와 B씨는 유족대표로 활동하면서 서로를 알고는 있었지만, 자세한 사연은 이날 대화 전까지도 몰랐다고 한다. 공감대를 나눴는지, 눈시울을 붉히며 기자가 빠진 이후에도 대화가 계속됐다.
오전 10시 문재인 대통령의 등장과 함께 기념식이 시작됐다. 국민의례에 이어 김후식 5.18 부상자 회장의 경과보고가 끝나고, 문 대통이 기념사를 위해 단상에 올랐다. 유가족과 부상자를 향해 위로의 말을 시작한 문 대통령은 “5.18은 불의한 국가권력이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유린한 현대사의 비극”이라고 분명하게 규정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5.18 정신을 헌법전문에 담겠다는 공약을 지키겠다. 5.18민주화운동은 비로소 온 국민이 기억하고 배우는 자랑스러운 역사로 자리매김 될 것”이라며 국회와 국민의 동의를 구했다.
◇ 유족 보듬은 문재인 대통령, 5.18 헌법전문 수록 약속
문 대통령의 기념사가 끝나고 예년에는 없었던 기념공연이 시작됐다. 1막에서는 ‘슬픈생일’이라는 제하로 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태어난 소형 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소형 씨의 아버지는 딸을 보기 위해 광주를 찾았다가 희생됐다. 소형 씨의 사연이 영상과 함께 전해지자, 문 대통령도 함께 눈물을 흘렸고 직접 단상으로 나가 소형 씨를 안아줬다. 유족들의 아픔을 치유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기록됐다.
준비된 행사가 끝나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기념식이 끝났다. 이명박 정부에서 합창단의 ‘합창’에서 9년 만에 제창으로 바뀌었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유족, 각 지자체장과 국회의원, 광주시민들이 모두 기립해 노래를 불렀다. 행사를 마친 문 대통령은 묘역을 일일이 참배한 뒤 자리를 떠났다. 광주시민들은 수십미터 줄지어 떠나는 문 대통령을 환송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우리가 촛불정신으로 국민주권시대를 열었다. 촛불의 뿌리는 5.18과 맞닿아 있어서 (문 대통령이) 헌법 전문에 명기하겠다고 거듭 약속했고, 당 대표로서 뒷받침 해야겠다는 각오를 새겼다”며 “특별법으로 5.18 진상규명을 하도록 입법적인 노력을 하는 것이 협치의 첫 번째 시험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