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현지시각) 외신 1면은 트럼프 대통령이 차지했다. < CNN 홈페이지>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FBI 국장 해임과 국가기밀 유출혐의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논란이 뜨겁다. 외신들은 일제히 기사를 내 의회 안팎의 목소리를 전하고 탄핵 가능성을 점쳤다.

17일(현지시각)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특검 수사가 결정됐다. 또한 알 그린 민주당 하원의원이 이날 공식적으로 탄핵을 요구하면서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미국 의회전문지 더 힐은 다소 미온적인 민주당 내부의 반응을 전했다.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원내총무는 “탄핵에 대한 어떤 발언도 시기상조”라며 “(특검 조사를 통해)사실을 밝히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아담 쉬프 민주당 하원의원은 “선거를 무효화하려는 것으로 보여서는 안 된다”며 무리한 탄핵 진행을 경계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탄핵을 위한 당 차원의 지시는 없다”고 확언했다.

CNN은 현 의회 구성상 탄핵이 통과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 하원의 공화당 의원은 238명, 민주당 의원은 193명이다. 과반수로 탄핵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20명 이상의 공화당 의원이 자신의 대통령에게 등을 돌려야 한다.

상원은 더 힘들다. 3분의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므로 52명의 공화당 상원의원 중 19명 이상이 찬성해야한다. 미국 상원은 이미 앤드류 존슨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부결시킨 전력이 있다.

뉴욕 타임즈는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해임 문제가 한창이던 지난 12일에 상반된 입장의 두 사설을 함께 실었다.

작가이자 전쟁역사가인 맥스 부트는 탄핵을 언급하길 꺼려하는 공화당 의원들을 향해 “공화당은 대통령 집무실을 차지한 사기꾼(트럼프 대통령)에게 영혼을 팔았고, 자신들의 원칙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국가에 대한 헌신을 당에 대한 충성 위에 놓을 공화당 의원이 단 세 명이라도 있을지 두렵다”는 말로 공화당 의원들에게 탄핵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보수 언론인이자 정치가인 에릭 에릭슨은 “탄핵은 공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해임된 코미 전 FBI 국장의 실수들을 거론하며 “해임은 타당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은 음모론으로 치부했다.

▲ 해양경비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한 발짝 떨어진 영국 언론들은 탄핵 가능성을 보다 높게 보는 분위기다.

가디언은 지난 3월 22일에 이미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가능성을 분석한 기사를 냈다. 닉슨 전 대통령을 사임으로 몰았던 워터게이트 사건을 언급하며 “끝난 후에 돌아보면 ‘러시아 스캔들’은 워터게이트보다 더 위험도가 높을 것이고, 앞으로 일어날 스캔들의 척도가 될 것”이라는 댄 래더 전 CBS 뉴스앵커의 발언을 인용했다.

가디언은 이어서 탄핵 외에 트럼프를 대통령직에서 몰아낼 수 있는 방법도 소개했다. 수정헌법 제 25조에 따라 내각 15인 중 과반과 부통령이 ‘대통령이 직무상 의무와 권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결의하고 해당 문서를 하원의장과 상원 임시의장에게 제출하면 부통령이 바로 대통령의 권한을 이어받는다. 대통령이 반대할 경우 상하원 각각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결의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BBC는 공화당이 의회의 과반수를 차지한 현실에서 탄핵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앞으로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미 공화당 내부에서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고, 2018년에 열리는 총선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불만이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BBC가 기사를 마무리한 방법은 더 의미심장하다. “닉슨은 어떻게 탄핵을 피했는가?”라고 질문을 던진 후 그의 사임을 “모든 분별 있는 사람이 취할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해석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진사퇴를 권했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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