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발표 오류에도 어물쩍… 동부건설의 후안무치
보도자료 받아쓰는 관행 없어져야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보도자료는 기자들에게 양날의 칼과 같다. 잘만 활용하면 좋은 기사를 작성하는 훌륭한 재료가 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한다.
자료에 대한 꼼꼼한 검토나 확인절차를 건너뛰게 되면, 국가기관이나 기업 등 거대권력의 감시 역할을 해야 할 언론과 기자가 이들의 홍보를 나서서 해주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특히 배포된 자료에 팩트가 틀린 내용이 적시됐을 땐 문제가 심각해진다. 적지 않은 기자들이 보도자료 내용을 확인과정 없이 ‘복붙(복사해서 붙여넣기)’해 출고하고 있는 현실에 비췄을 때, 이는 오보를 양산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동부건설의 경우가 그렇다. 지난 16일 동부건설은 1분기 실적을 공시하면서 기자들에게 관련 자료를 배포했다. 지난 연말 기업회생절차를 졸업한 회사가 얼마나 성장했는가를 외부에 알리는 게 이날 자료의 ‘핵심’인 듯 했다.
동부건설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전년 동기대비 매출액은 77억 감소했는데, 이는 회생절차 중 수주활동의 위축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납득할만한 이유였다. 회생절차 과정을 밟고 있는 건설사가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펼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동부는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4억원이 증가한 11억원을 달성했다”며 “매출액 감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증가한 점은 지속적인 원가절가의 효과가 반영된 것”이라고 자평했다. 올해 5개월간의 수주액이 지난해 총 수주규모를 훌쩍 넘어섰다는 부연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자료 내용은 그대로 기사화 됐다. 통신사를 포함해 수많은 경제지들이 동부건설의 실적 개선 소식을 전했다. 여느 실적 기사와 마찬가지로 “동부건설의 영업익이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다”는 제목과 함께 말이다.
오보였다. 동부건설의 올해 1분기 영업익이 전년 1분기와 비교했을 때 4억원 증가했다는 동부건설의 발표는 사실이 아니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이 회사의 올해 1분기 영업익(10억6,000만원)은 전년 동기(11억1,500만원)보다 오히려 5,000만원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내용을 동부건설 측에 확인해 봤다. 돌아오는 회사 관계자의 답변은 기자의 귀를 의심케 했다. 자료가 잘못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담당자는 “실수였다. 정정할 시간이 없어 잠시 지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백번 양보해서 실수라는 동부건설의 해명을 인정할 수 있다. 아무리 일처리 과정이 까다롭고 절차가 분명한 기업일지라도 일은 사람이 하는 만큼 그럴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기자가 동부건설 측에 확인 전화를 걸었던 19일은 보도자료가 나가고 관련 기사가 나간지 3일이 지난 뒤였다.
동부건설이 영업익 부문이 잘못 기재됐다는 사실을 정확히 언제 인지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회사 실적이 부풀려진 오보가 나간 상황에서 시간을 핑계 삼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건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15분’이면 될 일이었다. 동부건설이 기자의 전화를 받고 정정 자료를 배포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나중에라도 정말 동부건설이 자신들의 실수를 스스로 바로 잡았을까란 의구심마저 들었다. 행여나 어물쩍 넘어가지는 않았을까하는 기자의 생각이 기우였기를 바란다.
이번 일은 비단 동부건설에만 책임이 있는 건 아닐 것이다. 기업이 배포한 자료를 그대로 기사로 작성한 기자와 언론의 탓도 크다. 동부건설의 경우야 운좋게 확인했지만, 기자 역시 하루에도 홍수처럼 쏟아지는 보도자료를 별 생각 없이 받아쓰지는 않았는지 불현듯 반성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