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고 정세영 명예회장의 불법묘지. <시사위크>
[시사위크|양평=권정두 기자]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선친 고(故) 정세영 명예회장의 불법묘지로 인해 결국 이행강제금을 부과 받게 됐다.

19일 양평군청 관계자는 “고 정세영 명예회장 묘지에 대해 두 차례 이장명령을 내렸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아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평군청은 절차에 따라 오는 6월 2일까지 이의제출 기간을 가진 뒤 정몽규 회장에게 5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해당 관계자는 “특별한 이의제출은 없을 것으로 보이며, 이제는 만약 이장을 하더라도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고 정세영 명예회장은 2005년 별세했으며, 일찌감치 마련해둔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의 한 야산에 묘지를 조성했다. 하지만 이 지역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묘지조성이 불법이었다.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2015년이다. 장남 정몽규 회장과 현대산업개발은 고 정세영 명예회장의 10주기를 맞아 묘지 일대를 대대적으로 단장하고 추모행사를 가졌다. 묘지 주변엔 대형 조형물이 들어섰고, 마치 공원처럼 꾸며졌다. 이 역시 상수원보호구역에서 할 수 없는 불법행위였다.

이를 인지한 양평군청은 즉시 대응에 나섰다. 불법묘지는 주민복지과에서, 조형물과 공원화는 도시과에서 대응했다.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조형물 및 공원화에 대해서는 검찰 고발이 이뤄져 벌금이 부과되기도 했다. 결국 고 정세영 명예회장 묘지 주변에 있던 조형물 등은 지난해 모두 철거됐다.

하지만 불법묘지는 꿈쩍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양평군청 관계자는 “지난해 첫 번째 이장명령 기한이 끝날 즈음 이장 의사를 밝혀왔지만, 이후 어떠한 조치나 연락도 없었다”며 “최근에는 이장 문제로 고민이 많다는 말만 들었다”고 밝혔다.

▲ 추모 조형물이 있던 자리엔 새로 나무가 심어져 있다. <시사위크>
◇ 이장명령 외면하며 추모식 진행

오는 21일은 고 정세영 명예회장의 12주기다. <시사위크>는 이를 이틀 앞둔 19일 고 정세영 명예회장의 묘지를 찾았다. 마침 이날 오전 추모식이 진행된 직후였다. 현장엔 천막 등을 철거하는 인부만 남아 있었다.

지난해까지 대형 조형물이 자리 잡고 있던 곳엔 작은 묘목이 심어져있었다. 공원화됐던 공간 역시 나무들이 심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이곳에서 조금 올라가자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고 정세영 명예회장의 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양평군청 측은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것 외에 달리 방도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행강제금은 최대 연 2회까지 부과할 수 있으며, 1회에 500만원씩이다. 정몽규 회장 입장에서 연간 1,000만원의 이행강제금은 그리 부담스럽지 않은 규모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재벌 2세 기업인이자, 대한축구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몽규 회장이기에 도덕성 논란은 피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 현대산업개발 측은 “고 정세영 명예회장 묘지 문제는 회사 차원에서 답변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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