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9대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당 지도부가 침통한 표정으로 개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신영호 기자]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10%대 아래로 떨어진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대선에서 확인된 젊은층의 외면과 최근 당권 경쟁 과정에서 나온 막말 등이 겹친 결과라고 봤다. 한국당 혁신의 출발은 무너진 보수의 품격부터 다시 세우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19일 발표한 5월 셋째 주(16~18일)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22%)에 따르면 한국당의 지지율은 8%에 그쳐 지난 7~8일 조사보다 7%포인트 하락했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의 대선 득표율 24.0%보다 3배 낮은 수치다.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당은 대구ㆍ경북에서 두자릿수(21%) 지지율을 기록했을 뿐 나머지 지역에서는 한 자리수 지지율에 머물렀다. 세대별 지지율은 20대 2%, 30대 3%, 40대 4%였고, 50대 10%, 60대 이상 16%였다. 상대적으로 젊은층의 지지율이 낮았다. 갤럽 조사보다 하루 앞서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 결과를 봐도 젊은층의 외면이 두드러졌다. 30대(6.1%) 40대(8.4%)의 선호도는 50대(15.8%) 60대(23.6%)에 절반에도 못 미쳤다.

정진석 한국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보수의 최후 보루라고 하는 지지층이 35%인데 이번 대선 결과는 기록적 참패”라며 “더 무서운 건 20대, 40대에서 10%내외다. 젊은 유권자들은 보수인 자유한국당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결과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대선 전후로 보여준 다소 과격한 언행, 지난 17일 중진의원 간담회에서 나온 거친 말 등의 악재들이 겹쳤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강효상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중진의원이라는 분들이 자숙하지 않고 상대에 대한 비난과 당에 대한 불평불만을 공개적으로 터트리고 밝히는 것에 대해 유감”이라며 “초선으로서 봉숭아학당식의 중진회의가 과연 필요한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위기 상황을 돌파할 묘책이 안 보이는 데 있다. 젊은 보수를 상징하면서 당을 추스를 수 있는 새 인물이 안 보이는 것이다. 당의 한 의원은 최근 사석에서 “인물이 없다. 새 사람이 나와야 하는 지금은 답이 없다”면서 “중진의원들이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새 사람도 나올 수 있는데 판을 깔아줄 중진들도 다 바른정당으로 갔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계파패권주의와 선수 우선주의를 배격하고 젊은 리더를 육성하라”는 초선 의원들의 집단 성명이 당장 실현되긴 어려워 보인다.

한국당 안팎에서는 보수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는 만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시대착오적 발언을 자제하는 등 보수의 품격부터 회복할 것을 주문한다.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한국당의 정통성은 신뢰와 품격 두 가지가 기본으로 돼 있다”면서 “이것을 잃었을 때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는다”고 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친북좌파라는 말은 구시대 퇴행적 방식으로 표를 얻겠다는 것”이라며 “그런 보수는 진짜 보수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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