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장녀 이모 씨의 이중국적과 위장전입 사실을 먼저 공개하며 논란 확산을 차단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오랫동안 논의했다.”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의 표정에서 고민의 흔적이 묻어있었다. 그는 21일 문재인 대통령의 인선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강경화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에 대한 두 가지 결점을 밝혔다. 장녀의 미국 국적과 위장전입 사실이다. 청와대에서 후보자가 가진 결점을 먼저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조현옥 수석에 따르면, 강경화 후보자의 장녀 이모 씨의 국적은 미국이다. 강경화 후보자가 1984년 미국 유학 중에 출생했고, 2006년 2월 국적법상 한국 국적을 버리고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이후 2000년 미국 고등학교에서 한국 이화여고로 전학 오는 과정에서 친척 집으로 주소지를 옮겼다. 이에 대해 강경화 후보자 측은 청와대 검증과정에서 보고하며 위장전입 잘못을 시인했다. 아울러 장녀는 곧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강경화 후보자의 지명 여부를 두고 고민이 적지 않았다. 조현옥 수석은 “이중국적과 위장전입 문제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저희도 굉장히 엄중하게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경화 후보자를 선택했다. “외교 역량을 평가했을 때 현 상황에서 가장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후보자의 결점을 먼저 공개한 것은 ‘중요 검증사안에 대한 청와대의 판단’과 ‘투명하게 발표하자는 대통령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강경화 후보자의 발탁 배경에 대해 “외교 분야에서 우리나라 최초, 최고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 외교전문가”로 “2006년부터 유엔에서 활동하며 국제 외교 무대에서 쌓은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민감한 외교 현안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적임자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 “내각 구성에서 성평등이라는 관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강경화 후보자는 2006년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 부고등판무관에 임명됐다. 한국 여성 처음으로 유엔의 최고위직에 오른 셈. 당시 코피 아난 사무총장이 반기문 장관에게 부탁한 인재다. 이후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 사무차장보 겸 긴급구호 부조정관 등을 지내며 인권, 여성 지위, 인도주의 문제 등을 다뤘다. 반기문 총장의 뒤를 이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신임 총장은 강경화 후보자를 인수팀장으로 발탁하기도 했다. 그만큼 유엔 내 평판이 좋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인선 기준이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과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병역면탈·부동산투기·세금탈루·위장전입·논문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의 고위공직 임용 배제를 약속한 바 있다. 때문에 강경화 후보자의 발탁을 둘러싼 뒷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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