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모텔에서 기거하는 실직자들을 취재한 기사. <뉴시스/뉴욕 타임즈 제공>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세계 가계경제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소득·일자리·자산여건 등 전 분야에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화와 기술발전 등 글로벌 트렌드도 가계경제에 근본적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21일 발표한 해외경제포커스에서 ‘금주의 포커스’로 ‘주요국 가계의 특징과 시사점’을 뽑았다. “가계상황이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사회안전망도 미약하다. 향후 개선여부도 불확실하다”고 현 상황을 요약한 한국은행은 “주요국들이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그 효과를 면밀히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주제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 세계화·기술발전의 뒷면은 ‘양극화’

▲ 가계경제가 악화되면서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전 세계가 저성장의 늪에 빠지면서 가계소득 증가율이 둔화됐고, 세계화와 기술발전이 심화되면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 기업소득대비 가계소득 배율은 미국·영국·독일 등 주요국에서 하락했다. 주요 41개 선진국 기준 2000년에 55%에 달하던 노동소득분배율도 2015년에는 52%에 그쳤다.

국민소득에서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노동소득배율의 하락은 대부분 기술발전과 세계화에서 기인했다. 선진국에서는 자동화와 해외 생산 확대로 중위 숙련자가 일자리를 잃고 저임금 근로자로 전락했다. 신흥국에서는 세계화에 의한 자본집약도 증가가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

기술진보로 인한 일자리 상실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향후 10~20년 동안 미국 고용의 47%가 자동화로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고, 2016년에는 세계경제포럼이 4차 산업혁명으로 2020년까지 15개국에서 514만4,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은 2015년에 로봇의 발전으로 2025년에 감소되는 노동비용을 조사한 자료를 발표했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의 노동력 대체비율은 33%로 계산돼 조사대상국 중 1위였다. 전체 평균 16%와도 큰 차이다.

로봇기술 도입 등에 따른 일자리 감소는 주로 저임금·저학력 직업군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돼 소득불평등은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 이미 주요국의 빈곤율과 지니계수는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모두 상승하는 추세다. 상위 소득계층 1%와 10%가 전체 가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증가세를 보이는 등 소득격차가 확대됐다. 보유자산 상위 5%의 자산보유비중은 2010년 70.2%에서 2016년 77.7%로 증가했고, 하위 70%의 자산보유비중은 동기간 4.7%에서 1.9%로 하락했다.

◇ 가계경제 불안정, 저성장·정치 혼란 야기... 주요국 회복 노력

▲ 가계소득 감소는 소비 감소로 이어져 경제성장의 기반을 약화시킨다. 사진은 장을 보는 소비자의 모습. <뉴시스 제공>

가계경제의 불안정은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고, 이는 경제성장과 금융안정의 기반을 약화시킨다. 정치적 불안정도 야기된다.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파 정당인 국민전선이 선전하는 등 유럽 주요국에서 포퓰리즘이 인기를 몰고 있다.

주요국들은 취약해진 가계경제의 회복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은 2011년에 737엔이었던 최저임금을 16년 822엔으로 인상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의료보험 적용범위를 확대하고 연금 최소가입기간을 축소하는 등 사회안전망 확충도 잊지 않았다.

중국 최저임금은 11년부터 15년까지 연평균 13% 인상됐다. 미국은 최고소득세율(10%) 구간을 확대했고, 독일은 약 150억유로 규모의 저소득층 세금공제 계획을 발표했다.

한국의 경우 지난 19대 대선 과정에서 기본소득 지급이 쟁점으로 다뤄진 적 있으며, 문재인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0,000원으로 인상할 것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한국은행은 저축 대비 소비의 비중이 높을수록 통화정책의 효과가 크다는 UN 중앙긴급대응기금의 보고서를 소개하면서 통화정책의 중요성을 시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효과에 따른 유발수요효과가 정책효과의 75%를 설명한다. 저축 없이 그날의 소득을 소비하는 가계가 많아질수록 통화정책의 효과가 커지기 때문에 이들이 전체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파악해 통화정책의 최적 규모를 산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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