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 라이온즈는 최악의 2017년을 맞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1-1-3-2-1-1-4-4-5-2-1-1-1-1-1.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삼성 라이온즈가 프로야구 정규시즌에 거둔 성적이다. 16년 동안 9번의 우승을 차지했고, 가장 저조한 성적이 5위였다. 특히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이어진 5년 연속 우승은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대기록이었다. ‘삼성 왕조’라는 말에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영원한 제국은 없는 법.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해 처참하게 무너졌다. 시즌 최종 성적은 9위. 삼성 라이온즈 아래엔 당시 2년차 신생팀이었던 kt 위즈 뿐이었다.

올해는 더하다. 22일 현재 프로야구는 전체 일정의 약 3분의 1가량을 소화했다. 삼성 라이온즈 역시 전체 144경기 중 43경기를 치렀다. 순위는 10위, 꼴찌다. 개막 후 열흘 만인 지난 4월 9일 이후 꼴찌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승률은 3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2할9푼3리다. 승률이 4할 아래인 것은 10개 구단 중 삼성 라이온즈가 유일하다. 9위 한화 이글스와의 격차는 5게임에 달한다.

과거 ‘삼성 왕조’라는 말이 그랬듯, 이제는 ‘몰락’이라는 말에 반박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삼성엔 또 한 명의 몰락한 인물이 있다. 바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 2011년 야구장을 찾아 삼성 라이온즈 선수단을 격려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 <뉴시스>
◇ 꼴찌 추락한 삼성 라이온즈, 감옥 간 이재용

공교롭게도 삼성 라이온즈는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의 리더로 부상하기 시작한 뒤 내리막길을 걸었다. 정확히는 2015년 가을부터다. 당시에도 삼성 라이온즈는 여유 있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주요 선수들이 도박 혐의에 연루됐고, 결국 한국시리즈 우승컵은 들어 올리지 못했다.

이후 삼성 라이온즈는 완전히 다른 환경을 마주하게 된다. 삼성의 다른 프로스포츠 구단과 마찬가지로 제일기획에 인수된 것이다. 과거의 삼성 라이온즈는 삼성그룹의 탄탄한 지원 속에 최고의 선수단을 구성했다. 또한 다른 구단이 넘볼 수 없는 압도적인 투자로 FA선수들을 지켜냈다. 하지만 제일기획으로 이관된 이후에는 ‘퍼주기식 지원’이 사라지고, ‘자생’이 강조됐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했다. 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들은 지갑을 열지 않는 삼성 라이온즈에 남지 않았다. 최근 2년 동안 박석민, 차우찬, 최형우 등이 신기록을 경신하며 삼성 라이온즈를 떠났다. 반면, 새롭게 영입된 선수들이나 육성된 선수들의 면면은 예전만 못했다. 투자 축소는 삼성 라이온즈의 전력 약화와 순위 하락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같은 시기 삼성그룹도 여러 차례 위기를 겪었다. 2015년 대한민국을 공포에 빠뜨린 메르스 사태 당시에는 확산의 주범으로 큰 지탄을 받았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사과에 나섰을 만큼 여론이 악화된 사건이었다.

지난해에는 우선 야심차게 출시한 갤럭시노트7에서 배터리 폭발 결함이 나타나 망신을 당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연말에 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는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이 깊숙이 연루된 정황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이재용 부회장은 구속됐고, 삼성그룹은 ‘적폐청산 1순위’로 떠올랐다. 결국 삼성그룹은 ‘그룹해체’를 선언하며 미래전략실을 없애기에 이른다.

그리고 이 시기는 삼성그룹이 최순실을 적극 지원한 시기와도 일치한다.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았고, 정유라에게 고가의 말을 건넨 정황과 최순실 회사에 자금을 지원한 정황도 드러났다. 삼성이 최순실과 정유라에게 건넨 자금만 따져도 삼성 라이온즈를 떠난 선수들을 잡을 수 있는 규모다.

결국 삼성 라이온즈의 몰락은 단순히 한 야구 구단의 침체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의 몰락을 상징한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길은 변화뿐이다. 삼성 라이온즈가 예전의 위용을 되찾고,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경기장을 찾아 응원하는 그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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