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브로드밴드가 인터넷 설치기사 등 협력업체 직원 5,000여명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사진은 최태원 SK그룹 회장.<뉴시스>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SK브로드밴드가 자회사 설립을 통해 인터넷·IPTV 업무 관련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업계에선 새 정부의 ‘비정규직 철폐’ 기조에 SK브로드밴드가 빠르게 동참했다는 평가다. 다만 일각에선 입지가 불안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정권과 코드맞추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 SK브로드밴드, 홈센터 직원 5,200여명 정규직 전환

SK브로드밴드는 오는 6월 자본금 460억원 규모의 자회사를 설립해 전국 103개 홈센터 직원 약 5,200명을 정규직으로 직접 채용한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SK브로드밴드는 오는 23일 이사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확정할 예정이다.

새롭게 설립되는 자회사는 올해 7월부터 계약이 종료되는 홈센터 직원을 순차적으로 정규 채용한다. SK브로드밴드는 내년 7월까지 자회사로 정규직 전환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SK브로드밴드는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고객 접점에 있는 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해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다수의 센터들이 경영난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센터 구성원의 근로환경 악화는 경쟁력 약화와 직결된다는 것이다.

이형희 사장은 센터 사장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제2의 성장기반을 마련하지 않으면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며 결정배경을 밝혔다.

이는 SK브로드밴드의 이번 결정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의중이 작용했다는 해석이다. 수백억원 규모의 재원이 투입되는 사안을 SK브로드밴드 자체적으로 진행하기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SK그룹은 올해 3월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주요계열사 정관에 ‘지속적인 이윤 창출’을 삭제하고,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동반성장 하겠다’는 내용을 넣기도 했다. 최 회장이 과거부터 주장하던 ‘행복론’이 반영된 것으로, 사회적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뜻을 강조한 격이다.

노동계에선 긍정적인 평가다. 주요 대기업들의 AS센터 직원들에 대한 처우 논란은 오랜기간 문제로 지적돼 왔기 때문이다.

◇ 최태원 회장, 발빠르게 움직인 이유는?

다만 이번 사안과 관련된 이해당사자들은 반신반의하는 눈치다. SK브로드밴드 센터들은 올해 초 이미 인터넷 도급기사의 정규직화를 완료했다. 이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라는 대의가 무색해진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불과 10일 전인 이달 12일 인천공항공사를 방문, “임기 중 비정규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며 그 첫걸음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한 바 있다. 반면 센터 운영을 담당하는 협력사들은 SK브로드밴드의 이번 결정을 언론보도로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구성원들의 처우개선을 통한 서비스품질 향상을 2013년부터 고민하고 검토해왔다”며 급히 결정된 일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SKB 자회사 형태로 정규직 전환이 고용안정 측면에서 더 좋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개선내용은 꾸준히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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