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신봉동에 위치한 '광교산 한양수자인 더킨포크' 초입의 모습. <시사위크>
[시사위크│경기 용인=범찬희 기자] ‘계약해지냐 사용승인이냐.’ (주)한양의 동생격인 한양건설의 운명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계속되는 입주 지연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용인의 ‘광교산 한양수자인 더킨포크’의 사용 승인 여부가 조만간 가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계약 해지 조건에 해당하는 최초 입주 예정일을 3달 초과하기까지 정확히 6일을 앞둔 22일, 기자가 현장을 찾아 공사 진행 상황을 살펴봤다.

◇ 계약 해지 조건 충족 D-6… 내부는 아직도 어수선

‘광교산 한양수자인 더킨포크’(이하 더킨포크)는 전원의 삶을 실현시켜준다는 테라스 하우스의 주거 목적에 맞게끔 한적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인근 지하철역인 수지구청역에서 마을버스로 19개 정거장을 이동해야 광교산 문턱에 자리 잡은 현장에 다다를 수 있었다.

당초 알려진 것과 다르게 단지를 출입하는 데는 별다른 제약이 따르지 않았다. 공사 관계자가 아니면 단지 내로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와는 다르게 삼엄한 통제는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아파트 단지 정문에 설치된 바리게이트는 사실상 자동문에 가까웠다. 개인 승용차와 통신사의 경차, 인테리어 업체의 트럭 등 수시로 드나드는 출입 차량들의 앞길을 터주느라 분주히 오르내렸다.

더킨포크는 외형만으로 단번에 프리미엄 아파트의 포스를 풍겼다. 일부 세대에 테라스가 설치돼 있고 30개동 전체가 4층 단층으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부촌인 용산 한남동 유엔 빌리지의 고급빌라를 연상케 했다. 여기에 회색과 아이보리의 바탕에 중간중간 섞인 원목컬러는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은은한 고급스러움을 풍겼다.

광교산 한양수자인 더킨포크의 한 세대 내부에 도배 작업을 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시사위크>

단지 내부 분위기는 차분했다. 앞서 비슷한 사유로 입주가 지연됐던 수원의 A사 테라스 아파트 현장과는 사뭇 다른 공기가 느껴졌다. 당시 단지 전체에 드릴 소리가 굉음처럼 울렸던 것과는 다르게, 이날 더킨포크 현장은 짹짹이는 새의 지저귐이 명확히 들릴 만큼 조용했다. 인부들이 곳곳에서 막바지 작업 중이었으나, 압도적일만큼 많은 인원이 보이는 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A사의 경우 입주예정일이 10일을 넘긴 시점이었던 반면, 더킨포크는 3달이 가까워 온다는 큰 차이가 있다.

더킨포크는 계속되는 입주 지연으로 논란을 낳고 있다. 본래 2월28일이었던 입주 예정일은 어느 덧 3달이 지나기 직전 상황까지 왔다. 시공사인 한양건설의 늑장 공사와 꼼꼼하지 못한 마감 처리가 원인이었다. 사기 분양 의혹도 샀다. 분양계약서 상에 한양건설이 자사 CI를 오너간 형제 관계인 (주)한양의 것을 사용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중견건설사인 (주)한양이 시공능력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동생 한양건설에 한양수자인 브랜드를 빌려주고 회사 성장을 돕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렇다고 사용승인이 내려질 만큼의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이날 현장을 찾은 기자의 판단이다. 외진 곳을 중심으로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공사 자재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는 광경을 단지 곳곳에서 목격 할 수 있었다. 주민 편의시설인 피트니스 센터에는 아직 운동기구가 설치되지 않은 공터로 방치돼 있었다.

▲ 광교산 한양수자인 더킨포크의 한 세대의 모습. 하자문제로 뜯어낸 것으로 추정되는 건축 파편들이 지저분하게 놓여있다. <시사위크>

◇ 신봉동 일대가 한눈에… ‘시공사가 망쳐버린 동화’

입주 예정자와 동행해 살펴본 내부 상황은 좀 더 심각했다. 전기 배선과 현관 공사 등이 마무리 되지 않은 세대가 적지 않았다. 특히 도배 작업이 마무리 되지 않은 일부 세대는 5일 내로 사용 승인을 받아야 하는 아파트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정돈이 덜 된 상태였다. 지연된 공사에 지쳤는지 한 인부는 “잘못된 걸 고치고 있는데 들어와서 왜 소리를 내느냐”며 동행한 입주민에게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설계 단계에서의 문제도 지적됐다. 더킨포크의 가장 큰 특징인 테라스에서 우천시 물고임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외부로 노출된 테라스의 배수시설은 지름 15cm가량의 배수구가 전부였다. 이 또한 테라스가 평지로 설계돼 있어 배수구 쪽 방향으로 빗물이 흘러가기 힘든 구조였다. 한 입주민은 “테라스에 고인 빗물이 콘크리트 틈 사이로 파고들어 세대 안으로 침투할 수 있다”며 “사용 승인 전 충분한 비가 내려 행여나 모를 누수 현상에 대한 점검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복도형 건물은 흡사 고시원 복도를 연상케 했다. 이젠 구시대의 유물이 된 복도형으로 지어진 건물의 복도는 빛이 들어오지 않아 어둡고 컴컴했으며, 현관문을 열면 통행이 불편할 정도로 비좁았다. 또한 복도 쪽으로 설치된 부엌 창문으로는 집안 내부가 훤하게 보여 커튼설치가 필수였다. 실제 입주를 끝마친 한 세대의 창문은 벽지로 가려져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입주민은 “집이 이렇게 나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전방에 테라스가 있을 뿐이지, 감옥과 다름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광교산 한양수자인 더킨포크는 부실시공 외에도 설계상 문제점도 지적됐다. 복도형으로 지어진 건물의 복도는 어두컴컴했으며, 복도쪽 창문을 통해 거실 등 내부가 훤하게 보였다. 한 입주민은 "집이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 분양가 4~5억원이라는 집의 수준이 이렇게 감옥과 같다"고 말했다. <시사위크>

더킨포크에서 부정할 수 없는 사실 가운데 하나는 탁월한 전망이다. 단지 터가 산 문턱에 자리 잡고 있다 보니 신봉동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특히 단지 쪽에서 바라본 용인의 단독주택 타운하우스인 아람마을은 동화 속 한페이지의 그림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일까. 서울 도심을 살짝 벗어나 이곳 더킨포크에서 전원의 삶을 꿈꾸다 수개월째 몸고생,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입주민들을 생각하니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현재 244세대 가운데 70세대 가량이 임시 사용을 받아 거주 중인 더킨포크의 운명은 오는 28일께 가려질 예정이다. 최초 입주 예정일로부터 3개월 안으로 사용 승인을 받지 못하면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고 입주민들과 약속한 상황에서, 한양건설은 28일 전까지 시의 허가를 받는데 만전을 기할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한양건설은 “최근 입대위 측에서도 중문 설치 등 시공사가 제시한 단지 특화 선물을 받아들여 사용 허가로 입장을 바꿨다”며 “아직도 마음의 큰 상처를 받은 일부 입주민들은 사용 허가 불가 방침을 내세우고 있는데, 일반 하자는 신축 아파트 어디에서나 발생하는 문제이며 A/S 기간 동안에도 충분히 보수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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