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철 국민의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무위원들이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국민의당 제2차 당무위원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국민의당이 대선 패배 후 기나긴 진통에 시달리고 있다. 오는 8월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잠정 결론을 냈지만 비상대책위원회 성격도 규정하지 못한 상태다. 비대위원장을 맡을 마땅한 인물도 없다. 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바른정당과의 통합·연대설에 동교동계 출신 원로들이 ‘집단 탈당’을 내걸고 반발하면서 분당으로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민의당은 23일 당무위원회를 열고 25일 비대위 구성-8월 전당대회 안을 확정했다. 유력한 비대위원장 후보에 올라있던 주승용 전 원내대표가 이날 오전 “많이 고민했지만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제가 나설 차례는 아닌 것 같다. 당원들과 함께 비를 맞으며 백의종군 하겠다”고 거절 의사를 밝히면서 원점에서 인선을 재논의하게 됐다.

이미 전당대회 일자를 확정하고 본격적인 당 수습에 들어간 자유한국당·바른정당 등 보수 야권과 달리 국민의당은 수습이 늦어지면서 반성과 혁신을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문병호 전 최고위원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국민의당은 반문(반문재인)연대로부터 시작됐다. 애시 당초 누구를 반대하는 정당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며 “현재의 문재인 대통령 행보로 볼 때 반문연대·반문정서는 당분간 더 이상 작동할 수 없는 프레임이 됐다”고 했다. 문 전 최고위원은 “결국 우리가 가야할 길은 명확하다. 제3의 길, 새로운 정치에 대한 보다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주도세력을 정확히 만들어 그것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김종회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원인 없는 결과가 없듯 이번 대선패배는 어쨌건 국민의당의 잘못이었고 의원들의 잘못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국민 눈높이와 함께 하지 못했다는 것을 철저히 반성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우리에게 쓰디쓴 패배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라 생각하고 철저한 반성과 대비가 필요하다”고 독려했다.

하지만 당의 중심인 지도부 구성이 난항을 겪으면서 제대로 된 수습책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다. 안철수 전 대표가 대선 직후 제안한 ‘19대 대선 백서’ 작업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당 관계자는 “권한대행 체제에서는 겸직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한 사람이 주도하기 벅차다. 일단 비대위를 구성하고 나면 단계별로 수습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비대위 구성 후 당의 노선을 놓고도 의견이 나뉜다. 대선 직후 민주당 소속 김민석 민주연구원장은 국민의당 동교동계 원로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의 창당 배경인 ‘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 논란이 잦아들면서 당의 존립 명분이 약해진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비대위원장 물망에 올라 있는 정대철 상임고문은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태도에 따라 통합 공감대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주승용 전 원내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어 향후 더 큰 내홍에 빠질 우려가 제기된다.

‘제3지대’를 기치로 창당한 국민의당의 ‘태생적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애초에 중도정당이라는 게 존재감을 키우기 어려운 포지셔닝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이 된 상황에서 호남을 기반으로 두고 있는 우리가 자유한국당과 노선을 같이 할 수도 없지 않느냐”며 당의 ‘딜레마’를 토로했다. 문병호 최고위원도 “기껏해야 국민의당의 역할은 거대 기성 양당의 대립 가운데서 조정 중재 캐스팅보트 정도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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