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을 함께하고자 아침부터 수많은 시민들이 봉하마을로 몰려들었다. 차량통제로 시민들은 약 4km 가까운 거리를 때 이른 더위 속에 걸어야 했으나, 표정들은 모두 밝았다. “8년째 참석했지만 이전의 분위기가 엄중함이었다면 오늘은 축제 같은 분위기”라는 게 민주당 참석자의 설명이다. 노무현 재단 측은 이날 봉하마을을 찾은 방문객을 연인원 5만, 추도식 행사 1만5,000명으로 추산했다.
◇ 노무현이 말했던 ‘깨시민의 조직된 힘’ 재확인
모두의 관심사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오후 2시 추도식 시작과 맞춰 입장했다. 수많은 시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동선을 따라 100여 미터 가까이 줄지어서 크게 환영했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행사참석에 앞서 권양숙 여사, 이해찬 의원, 노건호 씨와 사저에서 오찬을 했다.
문 대통령도 “노무현의 꿈은 깨어있는 시민들의 힘으로 부활했다. 함께 꾼 꿈이 여기까지 오게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만 새 정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좌절을 넘어야 한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그 각오를 다진다는 의미에서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오는 것은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 엄중했던 예년과 달리 밝고 희망찼던 추도식
유족대표로 단상에 오른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도 “앞으로의 한국에 새로운 첫 물결이 흘러 밝은 새 시대의 힘찬 물줄기가 계속되길 기원한다”고 뜻을 함께했다. 건호 씨는 파르라니 삭발한 머리를 하고 참석해 그 이유에 대해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했다. 건호 씨는 “탈모 때문”이라고 설명한 뒤, “나의 머리는 다시 나고 있다. 전국의 탈모인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고 해명했다.
다소 걱정스러워하는 반응을 보였던 시민들은 건호 씨의 재치있는 해명에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과거 추도식에서 김무성 전 대표 등 보수진영 인사들에게 날카로운 비판을 했던 것과는 감지되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추도식 마지막에는 5.18 기념식과 마찬가지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 이어졌다. 문 대통령과 정세균 의장 등 내빈들은 손을 잡고 노래를 합창한 뒤 묘역 참배에 나섰다. 시민들은 문 대통령 등 주요 내빈들의 참배를 기다렸다가, 묵념과 헌화 등 각자의 방식으로 노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한편 이날 추도식에는 여야 정치인들 수십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우원식 원내대표,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노회찬 원내대표 등 여야 지도부 인사 다수가 함께했다. 지자체장으로는 안희정 충남지사, 권선택 대전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최성 고양시장 등이 눈에 띄었다.
참배를 마치고 취재진관 만난 추미애 대표는 “대통령 서거 후 우울하고 슬펐지만, 오늘은 그런 마음을 거둘 수 있는 날이 됐다”면서도 “이제 시대를 책임진 무거운 마음으로 국민이 기대를 잘 살려 더불어사는 세상을 함께 열어가겠다는 굳은 결의를 다지는 날”이라는 소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