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최근 문재인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 가운데 하나인 일자리 창출을 그룹 전체에 주문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9월 서울 전경련에서 열린 정책간담회 자리에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이던 문재인 대통령과 허창수 회장이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회장님의 변신은 무죄?’ 국가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기업 총수들의 행보에 변화가 일고 있어 주목되다.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정부 정책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경영 방침이 돌아서고 있는 것.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겠다는 점에서 칭찬받을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 시기를 두고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 일자리 강조한 허창수 회장… 문재인 대통령에 화해 손짓?

새 정부 출범에 맞춰 가장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기업 총수는 GS그룹 허창수 회장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가운데 최우선 과제로 꼽히고 있는 일자리 창출을 그룹 전체에 적극 독려하고 나섰다.

허 회장은 지난 17일 열린 ‘GS 밸류 크리에이션 포럼’ 자리에서 “현장에서의 변화와 혁신의 노력이 회사의 성장을 견인하고 이는 기업의 사회적 소명인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게 된다”며 “변화와 혁신의 노력이 GS의 성장을 견인하고 나아가 기업의 사회적 소명인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더욱 매진하자”고 말했다.

GS 밸류 크리에이션 포럼은 계열사들의 경영혁신 사례와 성과를 공유하는 GS그룹의 행사다. 한해 농사의 절반이 다가오는 5월 중순 무렵에 열려, 하반기 성장 동력을 끌어올리는 등 그룹의 단합을 도모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1회째인 2010년부터 올해까지 7년간 허 회장은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계열사 CEO와 임직원 수백명이 모인 자리인 만큼 허 회장의 포럼 개회사는 신년사에 버금가는 무게감을 갖는다. 일각에서는 형식적 연례행사인 시무식보다 GS만의 내부 행사적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그룹의 경영 방향과 발전 방안을 가름할 수 있는 바로미터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해당 포럼에서 허 회장이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거론한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포럼에서 주로 기업의 도전과 혁신을 주문했던 허 회장에게서 ‘일자리’라는 단어가 포함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서다.

2010년 첫 회 키워드는 ‘명품 마무리론’이었다. 명품은 완벽한 마무리에서 탄생한다며 그룹 계열사도 마지막까지 꼼꼼한 일처리를 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듬해는 직원들이 ‘도전·혁신·실천의 DNA’를 갖출 것을 주문했다. 2012년에는 ‘현장’에 주목했다. “현장에서의 혁신노력이 우리 그룹의 미래를 이끌어갈 동력”이라며 현장경영을 강조했다.

2013년에는 실패로 결론난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인 “‘창조경제’에서 해답을 찾자”고 제안했다. 2014년에는 ‘안전경영’을, 2015년과 지난해에는 모두 ‘변화와 혁신’을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국가적 재난이 발생했던 2014년을 제외하면 기업의 성장에 방점을 둔 키워드가 그룹의 경영철학이었던 셈이다.

▲ 일명 '문재인 대통령 자켓'이 인기를 끌자 비정규직 1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블랙야크 강태선 회장. <뉴시스>

◇ 정규직 전환에 속도 내는 블랙야크… 왜?

허 회장이 돌연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고 나선 건 새롭게 출범한 정부에 대한 일종의 ‘시그널’로 풀이된다. 때마침 열린 포럼 자리를 통해 경남고 후배인 문 대통령에게 먼저 관계 개선의 손짓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간 정경유착의 핵심 연결고리로 지적받아온 전경련의 역할을 두고 이견을 보여 왔던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일종의 화해의 제스쳐가 아니겠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GS그룹 관계자는 “(허창수 회장은) 신년사를 포함해 수많은 회의 자리에서 일자리 등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강조해왔다”며 “새 정부 출범과 이번 일자리 창출 발언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블랙야크 강태선 회장도 친정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적극 공감한다며 자사 10여명의 비정규직 직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강 회장의 약속은 블랙야크가 ‘문재인 특수’를 누리는 시점에 나온 것이라 그 진정성에 의심을 받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 강 회장은 문 대통령이 입은 단종된 블랙야크 오렌지색 자켓에 대한 고객 문의가 끊이지 않자, 재출시를 결정했다.

민간기업 보다도 보수적으로 알려진 공기업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공기업 가운데서도 최상위 수준의 연봉을 받는 마사회는 최근 ‘상생 일자리TF’를 신설했다.

마사회는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비정규직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3월 말 기준 정규직 880명, 비정규직 2,237명, 간접고용인력 1,575명이 근무 중이다. TF는 이양호 마사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전담조직을 통해 새 정부의 정책 기조에 적극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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