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건설 조기행 부회장. < SK건설 >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SK건설 조기행 부회장의 홀로서기가 시험대에 올랐다. 단독 대표 취임 후 받아든 첫 성적표가 시원찮아서다. 올해 1분기 실적에서 SK건설을 제외한 10대 건설사 모두 뚜렷한 수익성 개선이 이뤄진 반면, SK건설만이 나홀로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 9대 건설사와 엇갈린 1분기 성적표

SK건설 조기행호(號)의 출발이 영 불안하다. 조기행 부회장 단독체제 아래서 치른 첫 모의고사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다. 영업익을 비롯해 매출액과 당기순이익 등 이 회사의 올해 1분기 주요 실적 지표 모두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매출액 1조4,692억원, 영업익 442억, 당기순이익 179원.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SK건설이 거둔 최종 실적 스코어다. 흑자 기조를 이어가는 데 성공했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평가다.

수익성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SK건설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별도기준으로 매출액 1조6,737억원과 영업익 456억원, 당기순이익 190억원을 거둔 바 있다. 어닝쇼크 수준은 아니지만 주요 실적 지표 어느 것 하나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SK건설을 향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경쟁 건설사들과 비교했을 때 SK건설의 이번 1분기 실적은 더욱 초라하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을 포함한 빅5는 물론 SK건설을 제외한 시평 6~10위 건설사 모두 뚜렷한 성장세를 보인 것과 큰 대조를 이뤄서다.

지난해 1분기 2,07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현대건설은 올해 1분기 2,286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해외잠재부실을 안으면서 4,150억원의 영업손실을 낳았던 삼성물산은 흑자(910억원)전환에 성공했다. GS건설도 전년 보다 102%가 증가한 영업익 589억원을 달성했다.

816억원의 영업익을 거뒀던 대우건설은 올해 2,211억원, 대림산업은 907억원에서 1,139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외에도 ▲포스코건설(696억원→1,378억원) ▲현대엔지니어링(785억원→1,196억원) ▲롯데건설(531억원→982억원.별도기준) ▲현대산업개발(858억원→1,410억원)이 전년 보다 개선된 실적을 발표했다.

◇ 4년9개월 만에 투톱에서 원톱으로… 효과는 ‘글쎄’

SK건설의 ‘나홀로 뒷걸음’은 그 시기를 고려했을 때 더 뼈아프다. 4년9개월 만에 회귀한 단독 대표 체제에서 거둔 첫 성과라는 점에서 그렇다. 지난 12월 SK건설은 각각 국내와 해외 부문을 담당해오던 조기행, 최광철 사장 투톱체제에서 조기행 부회장 원톱 체제로 개편을 시도했다.

급변하는 건설 시장에서 발 빠른 의사 결정을 위한 전략이었다. 국내와 해외로 이원화된 기존 체제 대신 조 부회장 한 명에게 의사결정권을 집중시켰다. 또한 조 부회장이 재무통이라는 점도 다수의 업계 관계자가 SK건설의 수익성이 좋아질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수익성은 되레 후퇴했다. 치열한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형건설사 9개사가 전년 1분기 때보다 증가한 실적을 거둔 가운데서, SK건설만이 뒷걸음질 쳤다.

이와 관련 SK건설 관계자는 “캐나다 오일샌드 등 대형 프로젝트 준공이 임박하면서 1분기 수익성이 떨어졌다”면서 “1개 분기 실적만으로 경영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이르며, 업의 특성상 일반 제조업과는 달리 최소 3~4년 후에나 공정한 평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