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부증권 사옥. <동부증권 제공>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동부증권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 3월 탄생한 노동조합과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우울한 실적 성적표마저 받아들었다. 증권업계의 ‘대형화 바람’ 속에서 중소형 증권사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가운데 동부증권의 고민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올해 1분기 증권업계 실적에는 모처럼 햇살이 비쳤다. 증시 활황과 주가연계증권(ELS) 수익 개선 등에 힘입어 실적 호조세를 보인 증권사가 많았다. 특히 대형사들은 성장세가 도드라졌다. 하지만 일부 중소형사들은 희비가 엇갈렸다.

 ◇ 1분기 적자전환… 대우조선 손실 '직격탄' 

동부증권은 올해 1분기 적자전환의 쓴맛을 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부증권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 128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46억) 대비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도 9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수익(매출액)은 3,346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동부증권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관련 채권 손실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동부증권은 올해 1분기 실적에 대우조선 회사채 손실분(200억원)을 대선충당금으로 반영했다. 이로써 지난해 흑자전환의 단맛을 봤던 동부증권은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동부증권 측은 “다음 분기부터는 개선이 기대된다”고 밝혔지만 중소형사들 앞에 펼쳐진 업황은 갈수록 녹록지 않아지고 있다.

증권업계는 자본력을 키운 대형사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는 분위기다. 여기에 대형 증권사가 수익 다변화 전략으로 다양한 부문에 발을 넓히면서 중소형사 입지는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에서도 대형사들의 독주만이 부각돼왔다. 동부증권은 지난해 IPO 실적이 1건에 그쳤다. 다만 동부증권은 올해 IPO 전문 인력을 영입하는 등 관련 사업의 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고민거리는 ‘노사갈등’ 문제다. 최근 노조가 가장 문제 삼았던 C등급 평가제도에 대해서는 조정이 나섰지만 깊어진 노사 갈등이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 노조 출범 두달째, 갈등 심화

동부증권은 최근 C등급에 대한 패널티를 기존 70% 삭감에서 30%로 완화하기로 했다. 동부증권은 그간 직원들의 성과에 따라 A부터 C까지 다섯 단계의 등급을 매긴 뒤, 가장 낮은 C등급을 받을 경우 임금의 70%가 삭감하는 제도를 운영했다가 내부의 강한 반발을 샀다. 결국 창사 36년 만에 노조가 탄생하는 결과까지 낳았다.

여기에 지난달 11일 노조는 동부증권이 조합원에게 노조 탈퇴를 강요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갈등은 더 고조됐다. 당시 노조는 “사측 본부장과 지점장들은 직원 개별면담에 나서 노조 가입 시 불이익을 준다고 협박하고 있다”며 “그 결과 조합원 수십 명이 탈퇴서를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동부증권은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현재 노조는 부당노동행위로 동부증권 고원종 사장을 고발한 상태다. 노조 조합원은 60명까지 늘어다가 현재 25명가량으로 감소한 상태다. 정희성 동부증권 노조지부장은 “이달 8일 부산지역에서 28명이 탈퇴한 뒤, 서울 쪽에서도 꾸준히 이탈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여전히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최근에는 회사에 단체협약 교섭도 요구했다. 동부증권 관계자는 “22일 노조가 교섭을 요청을 해, 이에 따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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