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SK그룹 본사 앞에서 열린 시민단체들의 집회.<희망연대노동조합 제공>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SK브로드밴드가 자회사를 설립, AS센터 직원들을 받아들이기로 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간 문제됐던 불법도급 등의 해결에 적극 나선 격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같은 결정을 한 시점이 왜 하필 지금이냐는 점에서 뒷말이 나옵니다.

일단 최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각계각층에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문 대통령이 관심을 둔 사안인 만큼 재계도 집중하는 모양새죠.

이에 SK브로드밴드의 움직임 역시 ‘정권코드 맞추기’라는 의혹이 나옵니다.(참고로 SK브로드밴드는 자회사 설립에 460억원을 출자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이 회사 당기순이익(215억)의 2배가 넘는 액수입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이에 대해 “센터 기사들의 처우 개선은 예전부터 고민해오던 것”이라며 갑작스럽게 결정한 게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런 결정이 아니라면 다른 부분에서 또 의문이 발생합니다.

SK브로드밴드는 고객센터의 도급기사 정규직 전환을 올해 초부터 진행해 왔습니다. 계기는 지난해 9월 발생한 SK브로드밴드 설치기사의 사망사건입니다. 당시 사고를 당한 기사 분은 SK브로드밴드 홈센터를 맡은 하청업체와 1인 도급계약을 맺었기에 산재 및 고용보험 등의 보호에서 벗어나 있었습니다.

국회에선 토론회까지 개최됐고, 미래창조과학부는 정보통신공사업법상 “고객센터가 무자격자에 해당하는 도급 기사들에게 전신주 작업을 지시한 건 불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습니다.

고객센터 또는 원청 차원에서 도급 기사들의 정규직화를 진행해야하는 상황이 된 것이죠. 이에 SK브로드밴드는 각 센터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권고했습니다. 또 지난 3월 국회에서 열린 협약식에선 같은 달 말까지 도급기사들의 정규직 전환을 완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즉, 이번 자회사 설립 건은 정규직 전환문제가 하청업체 차원에서 이미 마무리 된 상황에서 진행된 셈입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SK브로드밴드가 당초부터 자회사 설립을 계획해 두고, 과정을 쉽게 하기위해 하청업체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실제 센터 관계자들에 따르면 도급기사들의 정규직 전환과정에선 잡음이 적잖이 일었습니다. 센터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정규직 전환 시 월 수익이 50~100만원 가량 줄어든다는 불만 때문입니다. 물론 4대보험, 퇴직금 제공 및 고용안정 등 혜택을 따지면 무엇이 더 유리한지 산술적으로 계산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일반 가정에서 갑작스런 수입 감소는 부담입니다.

이런 갈등이 정리된 후 SK브로드밴드가 나서게 된다면 ‘조삼모사’ 격으로 노동자를 달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다만 이런 의혹에도 불구하고 원청이 직접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겠다고 나선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그간 대기업들이 AS 등을 하청에 맡기면서 책임은 외면하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SK브로드밴드의 ‘직원 처우 개선’이란 정의가 어떻게 이어질지 이목이 집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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