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순만 코레일 사장은 박근혜 정부의 성과연봉제 정책 추진에 앞장선 바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대한민국은 지금 변화의 물결 위에 있다. 지난해 불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조기 정권교체로 이어졌고, 새 정부의 출범은 우리 사회의 물줄기를 바꿨다. 변화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이뤄지고 있다. 인물과 정책이다. 핵심 요직에 새로운 인물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이는 새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 방향과 맞물려있다.

이 같은 변화의 물결은 맨 꼭대기 대통령을 시작으로, 청와대와 내각, 그리고 각종 기관까지 이어지게 된다. 공공기관 및 공기업 역시 인적쇄신과 정책적 변화의 흐름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 ‘성과연봉제 선봉장’ 홍순만 사장, 정권교체로 ‘난감’

이러한 측면에서 홍순만 코레일 사장의 앞날은 안개 속에 가려져있다. 취임 2년차에 불과하고, 여전히 2년여의 임기가 남아있지만 종착역에 다다르지 못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홍순만 사장은 ‘친박인사’로 분류되는 인물로, 취임 때부터 잡음에 휩싸였다. 홍순만 사장은 코레일로 오기 전 인천시 경제부시장을 역임했는데, 그를 그 자리에 앉힌 건 ‘친박실세’로 꼽히던 유정복 시장이었다. 홍순만 사장은 경제부시장에 임명된 지 7개월여 만에 돌연 사의를 표하더니 코레일 사장에 지원했다. 친박 낙하산이라는 지적과 인천 경제부시장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취임 이후엔 친박 색깔을 더욱 강하게 드러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에 있어 선봉장 역할을 한 것이다. 이에 철도노조는 강하게 반발하며 대대적인 파업에 돌입했다. 홍순만 사장 역시 ‘강경모드’로 일관했고, 철도파업 사태는 정부와 노동계 갈등의 대리전 양상을 보였다. 결국 역사상 최장기 철도파업이라는 좋지 않은 기록을 낳고 말았다.

이때,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사건 터지며 정국은 혼란에 빠졌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모든 걸 삼켜버린 것이다.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상 초유의 탄핵대통령이 됐고, 조기대선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새로 들어섰다.

‘친박 낙하산’ 꼬리표가 붙은 인물이자, 박근혜 정부 정책의 선봉장 역할을 했던 홍순만 사장으로선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 철도노조는 홍순만 사장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발했다. 사진은 지난 3월 홍순만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 모습. <뉴시스>
◇ 문재인 정부와 ‘코드맞추기’, 잇단 악재로 ‘휘청’

일단 홍순만 사장은 ‘태세전환’을 통해 문재인 정부와 ‘코드맞추기’에 나섰다. 강하게 밀어붙여온 ‘KTX 정비 외주화’를 전격 중단한 것이다. 입찰 업체 발표만 남겨두고 있었고, 오는 6월부터 계약이 시작될 예정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큰 결단이다.

또한 화두로 떠오른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 통합 문제에 대해서도 홍순만 사장은 “정부 방침을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 정부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모습이다.

하지만 악재도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 27일엔 물류기지에서 일하던 50대 코레일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철도노조는 인력 감축이 낳은 참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뿐만 아니다. 철도노조는 30일 홍순만 사장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발한다며 전국 5개 지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해 철도파업 당시, 조합원들의 급여명세서를 가정으로 발송해 압박했다는 것이 이유다. 이와 관련해 최근 충남 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는 판정을 내린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천명해왔다. 하지만 홍순만 사장이 코레일에서 보여준 행보는 이와 전면적으로 배치된다.

실적 또한 좋지 않다. 홍순만 사장 취임 첫해였던 지난해, 코레일은 2,26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5년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재차 적자전환한 것이다.

여러 악재에 휩싸인 ‘친박’ 홍순만 사장이 문재인 시대에 무사히 임기를 마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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