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행자부 등 4개 부처 장관 후보자 지명
‘국정에 차질 생길라’ 위장전입 논란 속 위기 대응 시스템 가동

[시사위크=신영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30일 행정자치부,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지명은 새 정부 위기 대응 시스템의 단면을 보여준 인선으로 분석된다. 위장전입 등 고위공직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당청이 야당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동시에 새 검증 기준을 일부 마련해 추가 검증을 벌이는 등 국정계획 차질을 막는 데 주안점을 둔 인사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새 정부 장관 후보자로 정치인 4명을 지명했다. 정당정치를 강화해 실질적으로 민주당 정부로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평소 생각이 이번 인선의 배경이라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한편으론 최근 불거진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위장 전입 의혹 이후 단행된 첫 인선이라는 점에서, 인사청문회 통과 확률이 높은 현직 의원 출신 후보자들을 우선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위장전입 등 5대 인선 원칙에 우선 부합하는 내정자를 발표하는 것이, 그렇지 않을 경우보다 정치적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이날 지명된 김부겸 행자부 장관 후보자, 도종환 문체부 장관 후보자, 김현미 국토부 장관 후보자, 김영춘 해수부 후보자는 그간 총선 등 각종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소속 정당과 언론을 통해 검증을 받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노출이 안 된 관료나 교수출신 내정자보다 검증 진행 속도가 빠르다. 특히 이날 인선은 추가 검증을 거친 후 발표됐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2005년 7월 이후 위장전입한 사람은 공직에서 원천 배제한다는 새 기준으로 특별히 더 문제되는 것이 없나 살펴봤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야당 배려도 강조했다. 지난 주 발표 예정이었던 인선을 이날로 미루고 정무라인을 중심으로 야당 설득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야당과 대화하는 와중에 인사발표를 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면서 “이런 모습이 진정성으로 받아들여지길 바랐고 야당도 그런 점을 충분히 이해해줘 오늘 발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청문회 통과 주안점 두고 인사 새 기준 적용 추가 검증 후 발표
청와대 “先야당 설득 後인선 발표”

청와대의 향후 인사 검증은 더 까다로워진다. 새 정부 인선 검증의 기본 원칙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서 마련하고 있다. 관련 테스크포스(TF)를 31일 구성해 문재인 정부의 5대 인선 원칙(위장전입 논문표절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탈세)의 세부적 기준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면 위장전입의 경우 고의성은 있는지, 여러 차례 반복했는지, 투기 등 의도를 갖고 했는지를 분별할 수 있게끔 구체적 사례별로 정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청와대도 문재인 정부 인선의 세부 기준이 마련된 후 이를 바탕으로 내정자들을 중심으로 재검증에 가까운 추가검증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의 위기 대응력은 전임 박근혜 정부와 뚜렷한 차이점을 보인다. 박근혜 정부 땐 수첩인사로 사실상 위기 대응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그 전 이명박 정부의 인재풀을 검토하지 않았고 공직자에 대한 검증 매뉴얼도 업데이트하지 않아 부실의 연속이었다. 대통령의 유감 표시, 청와대 비서실장의 사과, 청와대 정무수석과 당 중진들의 야당 설득 등 난맥상을 돌파하려는 의지도 약했다는 게 중론이다. 이로 인해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낙마로 이어졌고 국정운영의 마비를 낳았다.

문재인 정부가 위기 대응 시스템을 가동하며 청문회 정국을 돌파해 나가고 있지만, 국정운영 첫 시험대인 내각 인선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자유한국당 등 야3당은 이날 지명된 장관 후보자에 대한 강한 검증을 예고했다. 한국당은 이날 “국회의원 출신이라고 검증의 예외가 될 수는 없다”면서 “국회 청문회 과정을 통해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 도덕성을 확실하게 검증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이번 인사들은 5대 비리 공직배제 원칙에 배치되지 않는 범위에서 지명이 이뤄졌기를 기대한다”면서도 “청문회 과정에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각 장관 지명자의 능력과 자질 그리고 5대 비리 해당 여부를 포함한 도덕성을 꼼꼼하게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바른정당은 “문재인 대통령은 5대 인사원칙을 기준으로 후보들의 도덕성을 철저하게 검증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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