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0일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된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취재진을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신영호 기자] 그간 고위공직자 하면 으레 좋은 대학을 나오고 일찌감치 자기 분야에서 성공 가도를 달린 엘리트가 우선 떠오르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는 이런 경향성이 달라질 기미가 보이고 있다. 비주류의 약진이 눈에 띄고 있기 때문이다. 바닥부터 시작해 이러저런 일을 겪으며 여기까지 올라온 성장 스토리를 가진 예비 공직자들이 그간 획일적이었던 인재풀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다. 전체 인선 중 30%정도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인사에도 이런 다양성의 가치가 계속 담길지 주목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우리나라 정당인 중 몇 안 되는 직업정치인으로 손꼽힌다. 김현미 후보자는 1987년 평화민주당에 들어가 정당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막내 당직자로 당의 소식지를 만드는 당보 기자였던 김현미 후보자는 줄곧 민주당 계보의 정당에서 현실 정치를 익히며 성장했다. 당 대변인, 시도당위원장, 청와대 비서관직을 거쳤고, 17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후에는 여러 상임위원회 활동을 벌이며 정책적 감을 키웠다. 18대 총선 때는 낙선했지만 19대·20대 선거에서 연이어 당선되는 등 선거 경험도 풍부하다. 정당에서 키워진 직업정치인은 서구와 달리 우리나라에선 드문데 김현미 후보자가 여기에 해당된다. 민주당 보좌진들에게 정당사나 당무와 관련된 사안을 물어보면 김현미 의원을 많이 추천한다.

여성가족부 장관 유력 후보자인 권인숙 명지대 교육학습개발원 교수는 국가폭력의 피해자로 잘 알려져 있다. 1986년 위장취업 등의 혐의로 경기도 부천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권인숙 교수는 당시 경찰로부터 성추행과 갖은 모욕을 당했다. 부천서 성고문 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진 이후, 권인숙 교수는 검찰의 사건 은폐에 맞서 공권력의 인권탄압을 폭로하며 가해자의 실형을 이끌어냈다. 사건 종료 후 미국으로 건너 간 권인숙 교수는 이곳에서 여성학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해 관련 강의를 하는 등 성평등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충북 충주대 출신인 피우진 국가보훈처장도 성평등의 새 길을 개척한 인물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헬기조종사’로 불리는 피우진 보훈처장의 부당 전역조치 취소 소송, 상관의 성적 모욕성 지시에 대항한 일화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보수정당 출신 꼬리표를 떼기 위해 민주당 불모지인 대구와 부산에 내려가 20대 총선에서 승리한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후보자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도 자기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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