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공약인 ‘제이노믹스’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로 평가된다. 과거의 재벌대기업 중심의 낙수효과 모델을 버리고, 보육·교육·의료·안전 등 사회적 서비스에 투자해 장기적으로 ‘내수’를 진작한다는 게 ‘제이노믹스’의 핵심 내용이다.

김상조 후보자는 이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교수시절부터 꾸준히 강조했다. 재벌대기업에 집중된 경제구조 해소가 제이노믹스 성공의 전제조건인데, 이를 위해 경제검찰인 공정위의 감시·감독 기능을 활용하자는 얘기다. 입법을 통해 재벌개혁에 나서는 방법도 있지만, 기존 법안과 행정권으로도 일부는 가능하다는 게 김 후보자의 생각이다.

◇ ‘공정위’ 위상 강화, 제이노믹스의 첫 단추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과 관련해 김 후보자는 “공정한 경제질서를 만드는 노력은 법률 개정을 통해서만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현 법률하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말했었다. 공정위의 권한강화를 암시하는 발언으로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김 후보자의 공정거래위원장 취임에 대해 재계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자가 취임하게 되면 첫 행보로 공정위 조사국 신설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갑질’과 ‘일감 몰아주기’로 표현되는 재벌대기업의 불공정 거래관행을 근절시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국회 정무위 소속 박용진 민주당 의원의 서면질의에 김 후보자는 “공정위가 불공정행위 차단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국민의 기대와 요구에는 미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며 “불공정관행 해소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대기업 지배구조에도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순환출자나 현행 지주회사 제도가 재벌대기업의 경제력집중 수단으로 전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공익법인을 통한 의결권 행사 역시 “총수일가의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유지를 위한 편법적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김 후보자의 견해다. 다만 지배구조와 관련된 내용은 입법사항이라는 점에서 “국회와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재벌개혁 동력확보 위해 청문회 통과 필요

야권인 국민의당도 제이노믹스에 포함된 재벌개혁의 방향성에는 동감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1일 논평을 내고 “재벌의 후진적 지배구조는 글로벌 기업이라는 위상에도 걸맞지 않을뿐더러 한국 기업의 저평가를 초래하고 자본시장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민들과 약속한 재벌개혁 공약을 흔들림없이 추진해야 하며, 필요한 법안들은 6월 국회에서라도 조속히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문제는 2일 예정된 김 후보자의 공정거래위원장 인사청문회를 어떻게 넘느냐다. 현재 김 후보자는 ▲아파트 다운계약서 체결 ▲위장전입 ▲아들 병역특혜 ▲부인의 건강보험료 미납 등 적지 않은 의혹을 사고 있다. 물론 공정거래위원장은 법률상 국회의 동의가 없어도 대통령이 임명 가능하다. 하지만 야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다면, 여소야대 정국에서 법안처리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재계의 거센 저항을 넘기 위한 동력을 확보하려면 인사청문회 통과가 절실하다. 국회의 동의가 없이는 개혁추진에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현재 재계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순환 출자구조 해소’ 등이 담긴 제이노믹스에 대해 반대여론이 강하다.

앞서 경총은 정규직 전환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혔고, 1일에는 경제단체협의회(경단협)의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반박자료 30개가 유출돼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경단협은 전경련, 대한상의, 무역협회 등 75개 업종단체와 15개 지역단체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단체다. 경총은 “공식 논의된 자료가 아니다”며 긴급진화에 나섰지만, 제이노믹스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재계 내부의 여론을 짐작케 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