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정부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박근혜 정부의 주요정책과 방향을 수정하거나 폐기를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적폐’로 규정했던 내용들을 포함해, 새 정부의 색깔을 드러내는 정책들이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되는 것이 국정 역사교과서와 고용노동부 양대지침 폐기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올바른 역사교과서 집필”이라는 명분 아래 야권에 반대에도 국정화를 밀어붙인 바 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 당선 후 ‘폐지’를 교육분야 첫 업무지시로 내리면서 19개월 만에 원점으로 복귀했다.

◇ 노동시장 유연화 및 역사교과서 국정화 폐기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폐기를 논의하고 있는 ‘고용노동부 양대지침’은 박근혜 정부 노동개혁과 관계가 깊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시장 유연화’ 측면에서 노동5법 개정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그러나 당시 민주당의 반대로 법안처리가 힘들어지자 고용노동부는 ‘행정지침’ 형태로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요건 완화를 발표했다. ‘양대지침’ 폐기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라는 점에서 곧 폐기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역대 대통령과 비교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리얼미터, 그래픽=뉴시스>
같은 맥락에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성과연봉제’도 사실상 논의가 중단됐다. 문 대통령이 후보시절 “노동계가 반대하는 성과연봉제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외교부와 코이카가 진행하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도 일부 수정된다. “새마을운동 세계화”라고 명명된 사업은 단계적으로 폐지하며, 특히 최순실 이권개입 의혹이 있는 미얀마 ODA 사업 등 일부는 즉시 폐기되거나 다른 사업에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인도적 차원으로 마련된 ODA 사업 자체는 계속 진행한다”는 게 외교부의 입장이다.

◇ “박근혜 정부 사업이라고 다 폐기하는 것 아냐”

5일에는 국민안전처가 해체되고 행정안전부를 신설하는 내용이 포함된 정부조직 개편안이 발표되기도 했다. 국민안전처는 세월호 참사 후 국민안전을 도모하고 재난대응을 위해 해경과 소방방재청을 합쳐 만든 정부부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 AI, 구제역, 강원산불 등 재난에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았고, 결국 2년 반 만에 해체수순을 밟게 됐다.

반면 박근혜 정부의 핵심 부서로 여겨졌던 미래창조과학부는 살아남았다. ‘창조’를 빼고 미래과학부라는 명칭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조직과 이름 모두 유지하게 됐다. 나아가 기획재정부가 가지고 있던 R&D 예비타당성조사 권한을 가져오면서 기능이 더 확대됐다.

박근혜 정부 경제성장 기조였던 ‘창조경제’ 등 일부 기능은 신설될 중소벤처기업부로 이관돼 업무를 지속하게 된다.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이미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중단하거나 재편할 경우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여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정기획위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했다고 모든 정책을 다 폐기하자는 게 아니다”며 “사업별로 필요하거나 성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유지하는 게 당연하다. 다만 전 정권 홍보성 사업이나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 반대되는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더 이상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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