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탤런트 이윤지씨를 모델로 내세운 일동후디스의 '트루맘' 광고의 한 장면. 현행 법상 분유는 TV와 신문을 포함한 일체의 판촉활동이 금지돼 있으나, 분유 제조사들은 '성장기용 조제식'으로 분류된 3, 4단계 제품으로 홍보를 하고 있다. 영상에 등장한 제품 역시 4단계 제품임을 확인 할 수 있다. <일동후디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분유광고는 불법이다. TV나 신문을 포함해 일체의 판촉행위를 할 수 없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해당하는 사항은 아니다. 전 세계에 걸쳐 시행되고 있는 국제적 약속이다. 1981년 WHO에 가입한 120여개 국가는 생후 6개월 미만 영아가 섭취하는 분유에 대한 광고를 금지하자는 국제규정에 합의했다.

분유의 남용을 막기 위함이었다. 산모들에게 ‘모유보다 분유가 좋다’는 잘못된 의식이 퍼지는 것을 차단하고, 산모와 유아 모두에게 건강한 모유수유를 권장하기 위해 국제기구가 나선 것이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부터 생후 6개월 미만의 영아가 먹는 분유 광고와 판촉활동 등이 금지됐다.

그런데 어찌된 일일까. 많은 사람들에게 분유 광고는 낯설지 않은 게 사실이다. TV를 포함해 신문과 전단지 등 여러 홍보 수단을 통해 한번쯤은 분유 광고를 본 듯한 기시감이 든다. 육아 경험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분유를 제조하는 회사와 이들이 생산하는 제품의 이름이 익숙한 건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엄연히 금지된 분유 광고가 전파를 탄 건 제조사의 숨은 전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확히 말해 소비자들이 본 건 분유 광고가 아니다. 보통 분유는 유아의 성장 과정에 따라 1~4단계(step)로 나뉘는데 생후 백일까지가 1단계, 백일부터 6개월까지가 2단계로 나뉜다. 여기까지가 ‘조제분유’에 해당한다. 반면 생후 6개월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3, 4단계는 ‘성장기용 조제식’으로 분류된다.

조제분유는 축산물에 해당해 당연히 ‘축산물위생관리법’을 따른다. 관련법에 따라 조제유류(분유)의 판매증가를 목적으로 한 광고나 판촉행위를 할 수 없다. 이와 달리 유당함량 등 일부 성분에서 차이를 보이는 성장기용 조제식은 일반가공식품에 포함돼 ‘식품위생법’의 영향을 받아 TV광고와 같은 판촉행위가 가능하다.

즉, 소비자들이 지금까지 봐 온 분유 광고는 3, 4단계에 해당하는 성장기용 조제식인 것이다. 실제 광고에 등장한 제품을 유심히 살펴보면 모퉁이 한 구석에 숫자 ‘4’가 적혀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제조사는 4단계 광고를 통해 제품명과 패키지 디자인인 똑같은 1, 2단계의 홍보 효과도 자연스레 누려 왔던 셈이다.

◇ 법망 피해간 일동후디스… 식약처는 ‘뒷짐’

사실 이러한 분유 광고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간 언론과 소비자 단체 등에서 법망을 교묘히 피해 분유 소비를 촉진활동을 펼치는 기업에 대한 비판과 동시에 정부에 법령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관련 법 보완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관련 내용을 인지하고 있으며, 현재 해외사례를 중심으로 자료 수집을 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정부의 늑장 대응 속에 판촉활동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업체는 분유 업계 3위 일동후디스다.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하고 있는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이 현재 TV광고를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도, 유일하게 자사 제품에 대한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탤런트 이윤지씨를 ‘트루맘’ 모델로 발탁하고 TV와 포털 등에 광고 영상을 송출하고 있다. 또한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에서 ‘분유 광고’라고 검색할 경우 일동후디스의 트루맘만이 상단에 노출되고 있다. 영상에 등장하는 제품 역시 성장기용 조제식에 해당하는 4단계 제품이다.

앞서 일동후디스는 불법 판촉행위로 당국의 철퇴를 맞기도 했다. 지난 2013년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해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로부터 일주일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당시 일동후디스는 세슘 검출 논란으로 산양분유 판매가 감소하자 산양분유를 납품받는 뉴질랜드 현지로 어머니 방문단을 보내고 현지 방문기를 인터넷 블로그 등에 올리도록 했다.

이와 관련 본지는 일동후디스의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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