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그야말로 거침없다.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사장이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 외압 의혹에 대한 증언에 이어, 전 정부의 경제 정책 실정과 재벌 구조의 불합리성에 대한 비판까지. 국정 농단 사태로 분노한 민심의 속을 뻥 뚫어주는 ‘사이다 발언’은 연일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정재계 일각에선 이런 그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높다. 새 정부의 주요 요직 후보로 꾸준히 부각되고 있어서다.

◇ 연일 사이다 발언…  금융위원장 하마평

‘재벌 저격수’로 유명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야당 의원들의 맹공 속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사회 각계인사들의 지지 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주 전 사장도 김 후보자 구하기에 동참했다. 그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검증이란 핑계로 김상조 후보자를 모욕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양식과 양심을 모욕하는 것”이라며 현 인사청문회 사태에 대해 비판했다. 또 이에 앞서 지난 4일에도 “한국 사회에서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휘두르는 재벌을 상대로 전면에 나서서 싸웠기 때문에 자기 몸가짐에 신경을 써왔다”는 표현으로 김 후보자의 청렴함을 강조했다.

이처럼 정부의 재벌 개혁 기조에 힘을 보태고 나서면서 그의 거취에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계 안팎에서 그는 차기 금융위원장 후보로 꾸준히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최근에는 국민연금 이사장 후보로 오를 수 있다는 풍문까지 돌았다.

주 전 사장은 삼성증권 전략기획실장과 우리투자증권 리테일 사업본부장, 한화투자증권 사장 등을 거친 금융 전문가로,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총선정책공약단 부단장과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으로 활동하며 정계와 인연을 맺었다.

지난해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참고인으로 나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 외압 의혹에 대한 증언을 하고 “국내 재벌의 운영은 조직폭력배들과 똑같다”는 등의 거침 없는 발언을 쏟아내 화제로 떠올랐다.

◇ ‘독불장군’ 리더십 논쟁 진행형

또 지난달 29일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서도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삼성그룹 합병을 돕는 것이 올바른 정책적 판단이었다’는 취지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개 발언에 “정신 나간 발언”이라고 말한 사실은 크게 이슈가 됐다. 이에 정계 안팎에서는 새 정부의 개혁 기조를 이끄는 또 다른 인사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물론 장애물도 적지 않다. 그의 과거 행보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증권업계에 몸담았던 시절, 그의 이름 앞에는 여러 별명이 붙었다. ‘개혁 소신파’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이단아’ ‘트러블 메이커’라는 별칭도 있었다.

특히 한화투자증권 사장으로 재직할 시절, 이같은 별명이 부각됐다. 그는 고객 중심 경영을 기치로 내걸고 리서치센터의 매도 보고서 의무화, 수수료 정액제 도입, 레버리지펀드의 신규 판매 중단 등 업계 관행을 깨는 파격 정책을 잇따라 내놨다. 이같은 정책에 대한 내부 반발은 높았다. 리서치센터 직원들이 잇따라 회사를 떠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일각에선 독불장군식 리더십을 구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구조조정 전문가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점도 약점이다. 그는 2013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각종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정부부처의 기관장은 소통의 리더십도 중요한 덕목으로 평가된다. 대쪽같은 성정에 기대가 쏠리는 한편, 우려의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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