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주 스토리 아티스트
미국에서 새로운 법안이 통과되려면 국회의원들의 과반수 찬성이 필요하다. 그래서 여러 이익 단체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의원의 표를 얻으려고 하는데 이러한 활동을 로비활동이라고 한다. 의원들이 외부인을 만났던 의회의 면회실을 지칭한 ‘로비’에서부터 나온 이 활동은 의원을 비싼 레스토랑에 초대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정치자금 지원을 약속하거나 협박을 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영화 ‘미스 슬로운’은 이러한 미국 정치계에서 백전백승을 자랑하는 엘리트 로비스트, 엘리자베스 슬로운의 이야기를 통해 정치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

영화는 범죄기록이 있거나 심신에 문제가 있는 자들의 총기 구매를 제재하는 법안의 통과를 두고 이야기를 진행한다. 총기 범죄가 자주 일어나는 미국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규제임에 불구하고 영화 내내 법안에 대한 찬반 의견이 팽팽하다.

총기를 계속 팔고 싶은 무기업계 측 로비스트가 언론 공작부터 뇌물, 협박까지 모든 수를 써서 대중을 현혹하고 의원들의 표를 얻어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본과 권력을 가진 자가 그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에서 현실 속의 정치계가 겹쳐 보인다.

그러한 씁쓸한 현실과 같은 상황에서 슬로운은 총기 규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무기업계 측과 같은 방식으로 그들에 대응한다. 상대편의 아이디어를 역이용하기도 하고 변심을 한 의원을 협박하기도 하면서, 조금은 정의롭지 못한 방식으로 악착같이 의원들의 표를 얻어내는 슬로운은 무섭다.

하지만 불법을 저질러서라도 승리를 위해 온몸을 불사르는 그녀의 모습에 무심코 현실에서도 정의를 위해 저렇게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한다.

우리나라만 해도 상냥하게, 논리적으로 이야기해서는 일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그 후 많은 일이 일어나고 개선되기도 했지만 개운하지 않은 점은 아직도 많다. 그래서 국가의 이득보다 자신의 이득만 챙기기 급급한 국회의원에게 큰 소리로 혼쭐을 내주는 미스 슬로운의 모습이 통쾌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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