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 겸 두산 전무.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두산그룹에 합류한 지 3년째인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 겸 두산(주) 전무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그가 진두지휘하고 있는 면세점 사업이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두타면세점은 부진을 거듭하다 차별화 전략이었던 심야영업 시간대를 축소한데 이어 영업면적도 줄였다. 

◇ 두산그룹 합류 3년, 성적표는 ‘글쎄’

박 전무는 2014년 10월 두산그룹 광고계열사 오리콤의 크리에이티브총괄(CCO) 부사장으로 영입되면서 그룹에 첫 발을 내딛었다.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의 장남인 그는 두산가 4세로, 두산그룹과 거리를 둔 채 광고회사 빅앤트를 운영하며 독자 행보를 걷다 뒤늦게 합류했다. 광고계에서 꽤나 유명 인사로 통한다. ‘칸국제광고제’를 포함해 세계 5대 광고제를 석권한 화려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부산국제광고제 크리에이티브 총괄에 위축되며 새삼 위상을 떨치기도 했다. 

이같은 화려한 유명세와 반대로 두산그룹 입성 후 성적표는 물음표가 찍혀있는 분위기다. 그가 합류한 후 오리콤은 2015년 7월 광고대행사 한컴을 인수한 후 사세를 키우고 있으나 문제는 면세점 사업이다.

박 전무는 2015년 말 ㈜두산 유통사업 부문 전략담당 전무(CSO)로 선임되며 면세점 사업을 주도해왔다. 두산그룹은 사활을 건 노력 끝에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 지난해 5월 두타면세점은 오픈했다. 박 전무는 동대문 상권에 위치한 장점을 살려 ‘심야영업점’라는 차별화된 전략을 세웠다. 새벽 시간대 영업을 상징하는 ‘부엉이’와 여성들이 좋아하는 분홍색을 결합한 ‘핑크 부엉이’를 고안해낸 것은 물론 한류 컨텐츠에도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굵직한 대형 면세점들 틈바구니에서 두타면세점은 지난 1년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면세점의 위상을 상징하는 명품 브랜드 유치에 난항을 겪은데다 경쟁 심화, 사드 악재까지 줄줄이 터졌다. 두타면세점은 지난해 영업손실 300억원가량을 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영업손실 100억원 정도를 본 것으로 알려진다. 

◇ 영업시간과 매장 면적 줄줄이 축소

결국 두타면세점은 차별화 전략이었던 심야영업 컨셉을 사실상 내려놨다. 당초 오전 2시까지 하는 심야영업을 특징으로 내세웠던 두타면세점은 지난달 1일부터 오후 11시까지만 영업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밤 12시로 폐점 시간을 앞당긴데 이어 또 다시 영업시간을 축소한 것이다.

여기에 영업 면적도 줄였다. 최근 두타면세점은 면세구역을 9개 층에서 7개 층(7층~13층)으로 줄이는 리뉴얼 공사를 진행했다. 공사에 들어가기 전 두타면세점은 층마다 빈 공간이 있었다. 명품 브랜드 입점을 대비해 비워뒀던 공간이었다. 면세점 유치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비워두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두타면세점 측은 “영업 공간 효율화 차원에서 한 조치”라며 “명품 브랜드 유치에 대한 의지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명품 브랜드 유치는커녕 최근 입점 브랜드마저 이탈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두타면세점의 전체 800여 개 브랜드 가운데 70여 개 브랜드가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10여개의 선글라스 브랜드와 ‘제이에스티나’ ‘루이까또즈’ 등 라이선스 브랜드들이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타면세점 관계자는 “사드 여파로 대외 환경이 안 좋아지면서 지난 3월에는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최근에는 조금씩 관광객수와 고객이 늘어나고 있고, 매출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면세점 사업은 중장기적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10월이면 박 전무가 두산그룹에 합류한 지 만 3년이 된다. 기발한 광고 아이디어로 고객을 마음을 홀렸던 그가 반전을 마련할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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