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가로수길 맞은 편인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하림타워의 모습. <다음로드뷰>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육계왕국 하림이 궁지에 몰렸다. 그간 편법‧불법 의혹이 제기된 하림의 승계 과정과 내부거래에 대해 정치권과 사정기관이 메스를 들이댈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새 정부가 재벌 개혁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자산 규모 10조로 성장한 하림에 대한 당국의 본격적인 수사는 시간문제로 풀이된다.

◇ 10조 기업 받고 100억 세금 낸 하림 2세

불씨는 정치권에서 지펴졌다. 국내 기업 집단의 해묵은 병폐 가운데 하나인 일감몰아주기를 지적하는 자리에서, 대기업 막내 격인 하림은 선배 기업들을 제치고 당당히 강력한 규제가 필요한 기업으로 지목됐다.

지난 8일 열린 국회 정책조정회의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최근 편법증여에 의한 몸집 불리기 방식으로 25살의 아들에게 그룹을 물려준 하림이 새로운 논란에 휩싸이면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을 다시 느끼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지적대로 하림을 둘러싼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증여세 축소와 일감 몰아주기다. 일감 몰아주기의 경우 그간 세간에서 끊임없이 의혹이 제기돼 온 반면, 편법 승계를 통한 증여세 축소는 최근에서야 수면위로 오른 하림의 또 다른 성장의 그늘이다.

증여세 축소 의혹은 하림 김홍국 회장의 아들 준영씨가 자산 규모 10조원짜리 기업을 물려받으면서 증여세로 1000분의 1에 불과한 돈(100억원)을 냈다는 게 골자다. 현행 법에 따르면 30억원 이상의 주식을 증여받으면 세율은 50%가 적용된다.

현재 하림그룹의 실제 주인은 김 회장의 아들 준영씨다. 그는 그룹 지주사인 제일홀딩스의 지분 44.6%를 보유한 1대 주주다. 이는 준영씨 개인회사격인 올품(7.46%)과 한국썸벧(37.14%)이 소유한 제일홀딩스의 지분을 더한 결과다. 즉, 하림그룹은 김준영→올품→한국썸벧→제일홀딩스→하림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띄고 있다. 반면 김 회장이 직접 보유한 제일홀딩스의 지분율은 41.78%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지급한 증여세 100억원의 자금 출처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회사 유상감자를 통해 얻은 돈으로 납부한 것으로 알려져서다. 지난해 올품은 유일한 주주인 준영씨를 대상으로 6만2,500주의 유상감자를 실시했는데, 이때 준영씨에게 지급한 100억원이 증여세 지급에 사용된 것이다. 준영씨 입장에서는 100%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라는 지위에 변화 없이 증여세까지 처리한 셈이다.

◇ 1년 새 매출 3배 뛴 올품…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일감몰아주기 의혹도 하림이 풀어야 할 숙제다. 올품의 매출은 준영씨에게 증여된 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증여 직전인 2011년과 2012년에 각각 709억과 861억원이던 이 회사 매출은 년 2013년 3,464억원으로 증가했다. 오너 2세에게 회사가 넘어 간지 1년여 만에 회사 매출이 300% 이상 늘어난 것이다.

올품은 계열사간 거래 현황을 공시하고 있지 않고 있어 정확한 내부거래 규모는 알 수 없으나, 일감의 대부분을 그룹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시장에서는 파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업 저승사자 공정위가 하림을 정조준하고 조만간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할 것이란 언론보도가 나와 업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다만 공정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는 “조사 대상에 올랐거나 조사 중인 기업에 대한 정보는 외부에 알리지 않는 게 원칙”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한편 최근 정치권과 사정기관에서 편법 승계와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기업으로 지목된 하림에 대한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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