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사기 혐의로 또 한 번 법정에 서게 됐다. 이에 대해 그는 ‘빌린 돈’으로 해명하며 검찰을 향해 “기소에만 전념해 무리한 처분을 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예상이 빗나갔다.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검찰로부터 불구속기소 처분을 받았다. 사기·변호사법 위반 혐의다. 또다시 법정에 서게 된 그는 억울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검찰이 자신의 얘기엔 귀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 박근령 전 이사장은 사기가 아니라 ‘빌린 돈’으로 주장하고 있다. 남편 신동욱 공화당 총재가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이 종결될 것이라 믿은 이유다. 하지만 검찰의 생각은 달랐다. 청탁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해 선지급 받았다는 게 조사 결과다. 박근령 전 이사장이 사기와 차용의 갈림길에 섰다.

◇ 검찰 “납품 성사 약속하고 선지급 1억원 요구”

사건의 시작은 2014년 4월이다. 박근혜 정권이 출범한지 1년2개월 만이다. 박근령 전 이사장은 수행비서 역할을 하던 곽모 씨로부터 사회복지법인 A사의 임원 B씨를 소개받았다. 검찰의 주장에 따르면, 박근령 전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A사가 한국농어촌공사 전북지부 익산지사에서 160억원 발주 예정인 오산지구개발사업에 수문과 모터펌프 등의 생산품들을 수의계약으로 납품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B씨는 5,000만원짜리 수표 2장을 건넸다.

이에 대한 검찰과 박근령 전 이사장의 해석은 상반된다. 검찰은 박근령 전 이사장이 남품 계약을 성사시킬 의사와 능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선 것은 사기에 목적이 있다고 봤다. 반대로 박근령 전 이사장은 “재판 비용을 부담하기 위해 1년을 기한으로 빌린 돈”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의 지적처럼 “부탁해 와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데 “주제 파악이 잘 돼 있다”는 것. 그는 지난 9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빌린 지 3개월 만에 반환을 요구해 5,500만원을 바로 돌려줬다”면서 “대가성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신동욱 총재는 사건이 불거진 직후 <시사위크>와 두 차례에 걸친 전화통화에서 “개인 채무 관계를 사기로 부풀렸다”면서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의 말을 종합하면, 1억원을 빌릴 당시 ‘연 5%의 이자를 지급하겠다’는 조건을 담은 차용증을 작성했다. 사기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얘기다. 일이 틀어진 것은 돈을 빌린 후 3개월이 지났을 때다. 돈을 돌려달라는 갑작스런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미 채무 변제와 재판 비용으로 4,500만원을 사용한 탓에 빚으로 남았다. 그 빚도 현재는 모두 갚았다.

▲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박근령 전 이사장의 불구속기소 처분 소식이 전해진 지난 9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늪에 몸부림치면 칠수록 깊이 빠져든 꼴이고 터널은 끝이 보이다가도 끝이 없는 꼴”이라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뉴시스>
해당 사건으로 박근령 전 이사장은 박근혜 정권에서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실의 1호 감찰 대상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신동욱 총재는 허망했다. 그는 박근령 전 이사장이 돈을 빌린 뒤 ‘구세주를 만났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고마워했다는 사실을 전하며 “생활고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빌렸다”고 호소했다. 부부는 그동안 전·현직 대통령 가족이라는 굴레로 일자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신동욱 총재의 경우 공사장 일용직에 뛰어들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검찰은 부부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박근령 전 이사장의 수행비서 역할을 한 곽씨의 선지급 요구에 주목했다. A사를 직접 찾아가 B씨에게 “총재님(박근령 전 이사장)께서 큰 거 1장(1억원)을 요구한다”는 말을 전한 사람이 바로 곽씨다. 박근령 전 이사장은 돈을 받은 이후 익산 지역의 유지를 통해 지사장과 B씨의 만남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검찰은 박근령 전 이사장이 공무원에 준하는 공사 직원의 사무에 관해 청탁 또는 알선을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사기 외 변호사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다.

◇ 박근령, 언니에게 미안 “얼마나 속상할까…”

신동욱 총재는 아내를 걱정했다. 박근령 전 이사장의 초연해진 모습에 극단적인 상황까지 우려됐다. 반면 박근령 전 이사장은 언니 박근혜 전 대통령을 걱정했다. 그는 “언니가 힘든 재판을 받고 있는데, (구치소) 안에서 이런 얘기 들으면 얼마나 속상해하겠나. (언니에게)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싶다”고 전했다. 앞서 박근령 전 이사장은 2015년 12월 사기죄로 벌금 500만원을 확정 받은 바 있다. 2007년부터 육영재단 운영권을 되찾기 위한 여러 건의 소송에서 패소해 부채만 8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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