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이 코미 전 FBI 국장의 증언을 반박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CNN 홈페이지>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법방해 논란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앞날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은 지난 8일(현지시각) 상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과 나눈 9번의 대화 기록을 공개했다. 미국 언론은 코미 전 국장의 증언을 집중 보도하고 여론을 살폈다.

◇ “트럼프 행정부의 위기” vs “근거 부족하다”

뉴욕 타임즈는 8일 “트럼프 대통령의 머리 위에 깔린 먹구름이 짙어졌다”고 청문회 분위기를 표현했다. 작가이자 뉴욕 타임즈의 백악관 특파원인 피터 베이커는 “공공·경제 정책을 추구하려는 대통령의 열망에 그늘이 졌다”고 이번 청문회를 평가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에게는 충격적인 날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대기가 써진다면 오늘이 핵심일 것이다”는 전 백악관 관계자의 발언을 소개하며 코미 전 국장의 증언이 트럼프 행정부의 행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의회전문지 더 힐은 11일 기사에서 이번 청문회를 “미국 역사에서 가장 기억될만한 청문회 중 하나”라고 표현했다. 더 힐은 청문회를 둘러싼 각계의 반응을 상세히 전했다.

빌 제프리스 국제로펌 변호사는 “특검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클 플린 전 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를 멈추도록 지시한 이유를 찾아야 하며, 부정이 발견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심각한 문제일 것이다”고 말했다. 반면 저명한 변호사인 앨런 더쇼비츠는 “코미 전 국장의 증언은 사법방해에 대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공세에 나섰다. 아담 쉬프 민주당 상원의원은 폭스 뉴스를 통해 “대통령이 수사를 방해했다는 증거가 청문회에서 드러났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벤 카딘 민주당 상원의원은 “뮬러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FBI의 관계를 더 깊숙이 조사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특검의 조사를 촉구했다.

공화당은 떨어지는 지지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태도다. 폴 라이언 공화당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 경험이 없어 법무부와 FBI의 관계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며 그를 변호했다. 또한 익명의 공화당 전 관계자는 “청문회에서 공화당이 트럼프 대통령을 떠날만한 어떤 새로운 소식도 밝혀지지 않았다”며 공화당의 전략에는 큰 변화가 없음을 시사했다.

◇ ‘녹음테이프’가 결정타 될까

코미 전 국장의 증언을 두고 진실 공방이 일어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정보 공개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12일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코미 전 국장과 나눈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를 가지고 있음을 은연중에 드러냈다.

시카고 트리뷴의 객원 기자 스티브 채프먼은 수사에 비협조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진실에 대한 도날드 트럼프의 뚜렷한 공포” 제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무고한 사람처럼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은 확실하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다. 채프먼은 이어서 “조사를 끝내고자 하는 대통령의 열망에 대한 가장 단순한 설명은 유죄에 대한 두려움”이라며 특검 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CNN은 녹음테이프가 존재할 경우 백악관이 그것을 제출할 의무가 있는지 자세히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대법원이 증거품 제출명령을 내렸던 워터게이트 사건을 언급하며 대체로 ‘그렇다’고 답변한 가운데 채프먼 대학 법학 교수이자 워터게이트 사건의 조사관이었던 로날드 로툰다는 테이프 제출 문제가 법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속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테이프가 존재한다면 법무부는 그것을 어렵지 않게 손에 넣을 것”이라면서도 “대통령과 의회의 분쟁은 오래된 일이다”며 증거품을 둘러싸고 양자 사이에 마찰이 있을 수 있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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