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명동에 위치한 롯데시네마 에비뉴엘 입구의 모습. <네이버 거리뷰>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서울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원더우먼’을 보기 위해 가까운 영화관을 찾았다가 황당한 경험을 해야 했다. 에티켓이란 안중에도 없는 듯 한 영화관의 이벤트 때문에 영화 시작 전부터 기분을 망친 것이다.

평소 자리에 착석함과 동시에 핸드폰 전원을 끄는 A씨에게 롯데시네마의 이벤트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할인 쿠폰을 준다며 애써 꺼놓은 핸드폰을 켜 흔들라는 영화관의 이벤트는 A씨가 생각하는 올바른 관람 문화와는 거리가 먼 듯했다.

◇ ‘핸드폰 끄라더니’… 다시 켜서 흔들라는 영화관

롯데시네마가 영화 관람문화를 해치는 이벤트로 관람객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라는 명목 아래, 영화 시작 직전 핸드폰 사용을 부추기고 있어서다. 올바른 영화 관람 문화에 앞장서야 할 시장점유율 2위의 극장 사업자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화 팬들의 입방아에 오른 건 롯데시네마의 ‘바로 쿠폰’ 이벤트다. 롯데시네마는 지난 1일부터 오는 30일까지 6월 한 달간 전국 극장에서 핸드폰만 흔들면 7,000원 짜리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다. 앞서 다섯 차례에 걸쳐 일부 지역의 특정 지점을 대상으로 실시해 오던 이벤트를 올해 처음으로 전국 단위로 확대했다.

관람객들의 가장 큰 지적을 받고 있는 부분은 이벤트가 진행되는 시간대다. 쿠폰 이벤트는 본 영화 시작 15초를 남겨두고 진행 된다. 약 10여분 가량의 상업 광고와 예고편 시간이 지나고 엄숙한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는 상황에서, 극장이 나서 콘서트 장에서나 볼법한 ‘핸드폰 헹가레’와 같은 진풍경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 롯데시네마의 '바로 쿠폰' 이벤트의 문제점을 지적한 4컷 분량의 웹툰. <출처 루리웹>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시간대와 함께 타이밍도 지적된다. 이벤트 시작을 알리는 해당 영상은 본편 시작을 알리는 ‘핸드폰을 잠시 꺼두세요’라는 안내가 이뤄진 직후에 나간다. A씨의 경우처럼 착석과 동시에 핸드폰을 꺼두거나, 영화관의 지시에 따라 핸드폰을 OFF한 관람객 입장에서는 ‘다시 핸드폰을 켜라’는 극장 측의 태도가 황당하게 느껴질 뿐이다.

이벤트 진행시간도 논란거리다. 쿠폰 이벤트가 진행되는 시간은 약 30초 가량이다. 이벤트 영상이 나가는 이 시간대에만 극장에 특정 주파수가 나와 이벤트 참여가 가능하다. 사실상 미리 핸드폰을 꺼둔 관람객은 참여가 불가능하다. 또한 핸드폰을 켜둔 관람객이라도 앱이 깔려 있지 않다면 이 시간 안에 앱 설치를 마치는 건 무리다.

핸드폰이 켜져 있고 롯데시네마 앱이 설치돼 있다고 끝난 게 아니다. 앱을 작동시켜 이벤트 참여를 위해 특정 설정을 해야 한다. 여기서도 잠시라도 버벅 된다면 이미 30초란 시간은 지나가고 만다. 즉 ‘롯데시네마 앱이 설치돼 있는 핸드폰이 영화 시작 직전까지 켜져 있고, 사용자가 설정에 능숙하다’는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야만이 이벤트 참여가 가능한 셈이다.

급기야 인터넷에서는 롯데시네마의 마케팅을 꼬집는 웹툰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웹툰은 롯데시네마의 바로 쿠폰 이벤트의 문제점을 알기 쉽게 4컷 짜리 만화로 풀어냈다. 해당 게시물이 올라온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작가의 지적에 공감하는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와 관련 롯데시네마 측은 “최대한 많은 고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벤트 광고를 영화 시작 직전에 집행했다”면서 “현재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고 있어 빠른 시일 내로 이벤트 영상을 핸드폰을 꺼달라는 안내문구 전으로 이동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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