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정부의 국가인권위원회 위상 강화 지침에 따라 인권위를 헌법기관화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조국 민정수석이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국가인권위 위상제고 방안 관련 문재인 대통령 지시사항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정권이 바뀔 때마다 위상이 달라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헌법기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본적 인권의 확립과 실현을 국정운영의 핵심으로 삼겠다고 밝히면서 인권위 위상이 높아졌지만, 향후 개헌을 통해 명목상이 아닌 제도적으로 정립해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헌법기관화 필요성과 방향’을 주제로 한 보고서에서 “인권위는 국가권력의 남용으로부터 기본권이 침해되는 것을 예방하고 구제하는 기능을 핵심적인 역할로 수행한다”며 “정권의 교체나 정치적 상황의 변화와 관계없이 국민의 인권보장을 위한 기관으로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인권위의 헌법기관화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기했다.

현행법상 우리나라의 인권위는 헌법이 아닌 ‘국가인권위원회법’에 근거를 둔 법률기관이다. 그렇다보니 조직이나 인사, 예산 운용에 있어서 독립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그 중 가장 문제되는 것은 인권업무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관리의 자율성에 대한 제한”이라며 “인권위의 경우, 모든 직제를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어 과 단위의 명칭조차도 행정자치부와 협의해야하므로 조직 관리의 융통성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8년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령을 개정해 인권위 정원의 21.1%인 44명을 감축하고 소속기관을 축소해 독립성 침해 논란이 크게 일었다. 당시 안경환 인권위원장은 이 같은 정부의 방침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위원장직을 사퇴하고 이임사에서 “정권은 짧고 인권은 영원하다”는 말을 남겼다. 안 전 인권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와 같이 민주화의 역사가 길지 않은 국가에서 인권존중국가로의 전환 의지를 보이려는 많은 국가들이 국가인권기구를 헌법에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가 헌법기구로 존재하고 있는 나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멕시코, 필리핀 등 36개국이다.

보고서는 “인권위가 국제규범을 보다 충실히 준수하는 국가인권기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독립성과 자율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차원에서 향후 헌법 개정 시에 인권위 근거규정을 헌법에 두는 방안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개헌 논의에 인권위 헌법기관화를 의제로 포함시킬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인권위가 헌법기관이 되면 법률상 독립기관으로서의 내재적인 한계 극복은 물론, 정권의 교체나 정치적 변화에 관계없이 보편적 인권의 실현을 위한 인권보호 기관으로 법적인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며 민주적 기본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하기 위해 인권위 설치를 규정하고 인권위의 기본적 직무인 권고·조사·구제·교육·홍보·연구 및 교류협력 등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도록 규정하면서 구체적 사항은 법률로 위임하도록 해 인권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도록 하는 방안”과 함께 “인권위원의 임기를 보장하며 직무의 독립성을 명시하는 방안, 규칙제정권과 조직법률주의를 명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