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임명을 대통령 직권으로 강행한 것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신영호 기자] 자유한국당은 대선 패배 이후 당 혁신을 위한 제언을 듣고 있다. 박근혜 정부 청산을 계기로 한 합리적 보수, 막말과 독설을 줄이는 품격 있는 보수로 가야한다는 것이 당 안팎에서 나온 혁신의 주요 내용이다. 7.3전당대회를 구보수가 신보수로 전환되는 계기로 삼자는 데에도 이견은 없다. 그러나 한국당의 현실은 혁신방안과 반대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에 깊은 애정을 가진 전 당료의 입에서 “보수(保守)가 보수(補修)될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 물음이 나오는 실정이다.

한국당은 현재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에 머물러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지난 정부를 어떻게 평가할지 합의된 의견이 없다. 보수 정권 내내 이어져 내려온 대기업 중심의 낙수효과를 성찰 없이 되풀이하고 있다. 정우택 대표권한대행은 1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근본적으로 기업투자 통해 민간에서 일자리 생겨나야 한다”고 했다. 정우택 대표권한대행은 이날 문재인 정부의 추경안 통과의 전제 조건으로 박근혜 정부 때 추진한 서비스 산업발전 기본법, 규제프리존 특별법, 규제개혁 특별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를 제시했다.

색깔공세는 거의 조건반사적이다. 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을 홍위병에 빗대 문위병으로 지칭했고,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성주 골프장 입구 도로를 점거한 것을 두고서는 “대한민국 성주가 소련공산당이 지배하는 베를린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7.3전대에 출마 가능성이 큰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를 “주사파 정권”으로 규정하고 “이들에 맞서기 위해서는 그들 못지않은 이념적 무장이 필요하다”고 썼다.

한국당의 옛 전신인 신한국당에서부터 새누리당까지 20여 년간 보수 정당에서 몸담아 온 장경상 국가경영연구원 사무국장은 “오늘 당이 처한 참담한 현실과 당의 암울한 미래는 원내대표 비대위와 7.3전대에 있지 않겠느냐”며 “한국당은 2016년 총선 이후 지금까지 그 어떤 혁신의 몸부림도 자기반성의 진정성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각종 선거에서 전략기획 쪽을 담당한 장경상 사무국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미디어팀 주최 대선평가 세미나’에서 “당은 동지와 당원 국민을 뒷전으로 밀어내고 ‘뭐 그냥 돈 몇 푼주고 자리 하나주면 된 거지 우리 같이 높은 사람끼리 하는 일에 참견하지 말라 니들보다 더 크고 깊이 생각하고 있으니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어라’는 등의 특권의식을 버리지 못한 느낌을 줬다”고 지적했다. 장 사무국장은 “더 큰 문제는 상황이 이러함에도 아무도 스스로를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는 현실”이라고 했다.

장경상 사무국장은 “당을 위기에서 구할 신비한 명약을 구하려고도 명의를 구하려고도 하지 말라”며 “신화의 시대도 영웅의 시대도 모두 지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중이 곧 신화고 대중이 곧 영웅인 시대가 왔다”면서 보수 가치 재정립을 위해 소수 몇 사람이 주도하는 방식에서 국민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장 사무국장은 “산업화시대의 성장론과 반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2005년 공동체자유주의를 발전적으로 계승하는 새 가치와 비전창출이 필요하다”면서 “전문가뿐 아니라 당원들과 일반 국민까지 참여하고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하자”고 했다. 장 사무국장은 이밖에도 ▲헌법을 당 정치활동의 제1기준으로 삼을 것 ▲세월호 재조사 ▲4대의무( 병역, 교육, 납세, 근로) 미이행자 공직 및 당직 배제 철칙화 ▲당 주요회의 모바일 생중계 등을 당 혁신 방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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