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도겸 칼럼니스트
우리 사회에 고령화와 나홀로 세대주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 연금보험을 비롯하여 다양한 사회복지 지원 제도가 만들어져 왔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치권 안팎의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사회복지 수급권자의 요구와 제도화된 법적·경제적 조처들 사이의 간극은 얼마나 제대로 메워지고 있는 것일까?

흔히 우리 주변의 주민센터에서 만날 수 있는 사회복지공무원은 그야말로 복지 최일선 현장에서 활동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수급자들의 경제적 열악함은 물론, 심리적 불안까지도 도맡아야 하고, 부족한 예산과 미비한 제도들 속에서 필요불급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하여 동분서주해야 한다. 때로는 정부를 대신하여 수급자들의 1차 비난 대상이면서 때로는 형제부모와 같은 역할도 해야 한다.

그렇기에, 몸과 마음도 스스로 잘 챙기고 지켜야 한다. 이에 실패하면 무력감에 휩싸이는 ‘소진’을 겪게 된다. 심하게는 퇴직을 하거나 자살 등 죽음에 이르게도 된다. 이렇듯 경제적으로 생활이 어려운 이들을 돕고자 국가에서 1987년에 신설한 사회복지공무원들은 혹독하고 냉엄한 세계에 살고 있다. 이제 30년이 지난 우리사회의 복지 현주소는 어디이며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 1세대 사회복지공무원인 보건복지부 고석 주무관은“평범한 직장인의 마음가짐만으로는 해낼 수 없는 사회복지공무원은 행정 업무뿐만 아니라 대상자 편에 서서 이해하고, 그들을 자신의 가족처럼 사랑하고 보살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한다.
거택보호 대상자 선정에서 탈락한 한센인들을 방문하여 격의 없는 식사를 나누며 친구로 만나는 사람.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하던 아이를 아동보호시설로 보내는 사람. IMF 때 노숙생활을 하던 아이들이 다시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살 수 있도록 도운 사람. 상습적인 구타와 성폭행을 피해서 이사해 온 딸들의 주소지를 알려달라며 막무가내로 위협했던 성폭행범과도 만나야 하는 사람. 날씨가 궂어지면 어김없이 전화해 예전에 자신에게 해를 입힌 공무원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정신질환자도 응대해야 하는 사람. 자신은 학교(교도소)에 다녀왔는데 뭐 줄 게 없냐며 협박하던 고질적인 민원인도 상대해야 하는 사람. 이 모두가 바로 사회복지공무원들의 현주소다.

사회복지공무원들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아울러 사회복지공무원들이 현장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된 ‘매뉴얼’도 그리 많지 않은듯하다. 현장을 떠난 학자들의 ‘탁상공론’같은 논문은 많지만 정작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노하우는 전수되지 않았다.

‘사랑 밖에 없다 : 고석의 사회복지 이야기’(평사리, 2017년 4월)
이런 현실에서 “평범한 직장인의 마음가짐만으로는 해낼 수 없는 사회복지공무원은 행정 업무뿐만 아니라 대상자 편에 서서 이해하고, 그들을 자신의 가족처럼 사랑하고 보살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1세대 사회복지공무원인 보건복지부 고석 주무관은 26년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구체적으로 풀어서 모은 ‘사랑 밖에 없다 : 고석의 사회복지 이야기’(평사리, 2017년 4월)를 세상에 내놓았다.

노길상 전 보건복지부 기획조정실장의 “말할 수 없는 탄식과 절망 속에서 길을 만들어가며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회복지공무원들의 숨은 이야기가 이 책에는 너무나 많다. 그들에게 용기와 희망, 그리고 작은 위로를 주는 고석 주무관의 이야기는 지금도 사회복지 현장에서는 계속되고 있다”는 말과 엄미현 광주광역시 광산구 복지시설지원단장의 “지역복지 업무와 지역아동센터 업무를 수행하던 저자가 현장에서 길어 올린 이 생생한 기록은 그 어떤 연구자의 결과물이나 학술논문 이상으로 값진 보물”이라고 말 딱 두가지로 이 책의 가치는 증명된다.

사회복지를 떠나 현장 공무원으로서의 정말 착한 인품을 갖춘 고석 주무관의 신간 ‘사랑밖에 없다’는 사회복지에 대해 알고 싶거나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공무원들에게 정말 필요한 서적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이 전부다. 아니 사람밖에 없다. 하지만 그냥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 사회복지의 미래는 없다. 그렇기에 오직 “사랑 밖에 없다”고 말할 수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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