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제로화… 인천국제공항과 비교되는 한국공항공사

▲ 지난해 불합리한 처우에 맞서 파업 등 투쟁을 벌인 김포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지난달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과 취임 이후 첫 행보로 인천국제공항을 전격 방문했다. 해외로 나가거나, 입국하는 누군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신의 직장’이란 호평과 ‘비정규직의 지옥’이란 호소를 동시에 받고 있는 인천국제공항을 직접 찾아 비정규직 문제 해결 의지를 천명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일영 사장은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파격적인 발표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리고 현재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노조와 함께 구체적인 정규직화 방안을 찾아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새 정부의 핵심 추진사항과 발을 맞추며 묵은 과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이미지 개선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 특수성 때문에 인건비 깎았다는 한국공항공사

지난 13일. 김포공항 내에 위치한 한국공항공사 본사 앞엔 한 무리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김포공항을 비롯해 국내 14개 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가 비정규직 관련 정부지침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공공비정규직노조는 지난해 감사원에 한국공항공사에 대한 감사를 청구한 바 있다. 한국공항공사가 청소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으며 시중노임단가가 아닌 최저임금을 적용해 정부지침을 위반했다는 지적이었다.

감사원 감사 결과 노조의 주장은 모두 명백한 사실로 드러났다. 한국공항공사는 2015년 12월 30일 청소 및 카트 수거 용역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용역근로자 인건비를 월 143만2,000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당시 시중노임단가 기준 월 기본급은 171만5,733원이었다. 또한 실제 용역계약은 시중노임단가에 낙찰하한율을 적용한 정당 기본급 150만9,759원보다 24만7,769원 낮은 126만1,990원으로 체결됐다.

국가기관이 맺는 계약과 관련한 각종 법령 및 지침에 따르면, 단순노무용역의 인건비는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하는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따르지 않은 한국공항공사는 감사원의 지적에 대해 “공항시설의 특수성과 복잡성, 중요성을 반영한 특례를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감사원 측은 “기획재정부는 청소 등 단순노무용역의 인건비를 책정하는데 있어 특례설정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라며 “특히 공항시설의 특수성과 복잡성, 중요성을 고려하면 인건비가 오히려 더 높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공항공사 측에 주의요구 조치를 내렸다.

노조는 한국공항공사의 이러한 행태가 현장의 임금체불 및 노사갈등으로 이어졌다고 호소한다. 애초에 너무 작게 책정한 인건비로 인해 현장에서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힘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의 면담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는 성일환 한국공항공사 사장(왼쪽)과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한 가운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발표한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 발 빠른 정일영, 발 삐끗 성일환

한국공항공사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해 파업과 단식투쟁에 나서는 등 불합리한 처우에 대해 호소한 바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한국공항공사 출신이 용역업체에 낙하산으로 내려오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막말과 성희롱 등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한국공항공사는 용역업체와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의 문제라는 원칙적인 입장만 고수하며 방관했다.

한국공항공사의 이러한 태도는 정권교체를 따라 180도 달라졌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이어 여러 공공기관 및 공기업이 정규직 전환 추진으로 분주한 가운데, 한국공항공사 역시 이달 초 정규직 전환 추진을 발표한 것이다. 한국공항공사는 4,000여명이 넘는 용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새 정부의 움직임에 서둘러 발을 맞춘 것이다.

하지만 최근까지 이어졌던 안일한 비정규직 인식에 발목을 잡히며 새 정부 코드맞추기도 삐끗하고 말았다.

공교롭게도 정일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과 성일환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나란히 지난해 2월과 3월 취임했다. 취임한지 1년여 만에 갑작스레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두 사람 모두 다소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그런 정일영 사장은 새 정부의 핵심 개혁에 재빨리 발을 맞추며 다시금 입지를 다졌다. 반면, 성일환 사장은 현 시기 가장 뼈아픈 논란에 휩싸이며 입장이 더욱 곤란하게 됐다.

공공비정규직노조 손경희 강서지회장은 “한국공항공사는 노조가 정규직 전환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열흘이 지나서야 정규직 전환 입장을 발표했다”며 “정부 지침까지 위반한 한국공항공사의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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