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에 대한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할 수 있는 지방분권공과국,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제를 만들겠다고 했다”며 운을 띄웠다.

이어 “내년에 개헌할 때 헌법에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조항들과 함께 제2국무회의를 신설할 수 있는 합법적인 근거를 마련하려고 한다”고 제안했다. ‘제2국무회의’는 대통령과 광역자치단체장이 참여해 국정방향을 논의하는 기구로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내놨던 구상 중 하나다.

헌법개정 전까지 기다릴 것 없이 당장 시도지사 회의를 ‘정례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헌법 개정까지 시간이 걸리고, 개정한 이후에도 시행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기 때문에 시도지사 간담회 형태로 정례화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방분권과 개헌에 대한 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광역자치단체장들은 환영했다. 시도지사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연방제에 버금가는 분권제를 하겠다는 대통령 말씀대로 돈·정보·지식·권력이 분산돼 양극화가 해소되는 국가를 만들어주기를 당부드린다”고 화답했다.

나아가 이들 자치단체장들은 숙원사업인 ‘지방자치법 전면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개헌에) 국민적 합의가 대체로 있는 상태로 제 정치세력들이 동의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도 개헌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핵심적인 내용이 분권형 개헌”이라고 말했다.

사실 개헌논의는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래서 역대 정부 취임 초기 개헌논의는 ‘금기’시 된 측면이 있다. “개헌은 블랙홀”이라며 논의를 일축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어록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개헌추진’ 의사를 밝힌 것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먼저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했다는 의미가 있다. 다음으로는 ‘지방분권’과 ‘연방제’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통일을 대비한 개헌이 아니냐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지방자치와 낮은 단계의 연방제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서 비롯된 한반도 통일구상 중 하나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개헌방향이 국회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큰 틀에서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는 데에는 대동소이하지만, 선거제도 등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에서는 좀처럼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재선의원은 “분권형대통령제, 4년 중임제 등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자는 것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의지만 있다면 추진이 가능하다”면서도 “현행 소선거구를 유지할 것인지, 중대형 선거구로 바꿀 것인지. 비례대표를 축소할지 확장할지 여부. 독일식 정당명부비례제를 도입할지. 세부적으로 의견이 갈린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합의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선거구획정 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상기해보라”고도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