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일자리위원회 간담회'에서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의 모두발언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새 정부가 출범한 뒤 경제단체 간에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정경유착 고리’라는 주홍글씨를 단 전국경제연합회의 위상이 추락세를 면치 못한 반면, 대한상공회의소는 역할과 입지가 눈에 띄게 커졌다. 재계과 정부를 잇는 창구 역할의 주도권도 대한상의가 잡았다.

 

◇ 대한상의, 정부-재계 소통 창구로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14일 재계 측과 첫 만남을 가졌다. 가장 먼저 공식 대면을 한 경제단체는 대한상의다. 이날 오전 정부 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대회의실에서 일자리위원회는 대한상의 회장단과 간담회를 갖고 새 정부의 고용·노동정책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자리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재계의 찬반 논란을 의식한 듯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큰 틀에서 협력과 대화 의지를 시사했다. 박 회장은 간담회가 끝난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일자리 창출이 국가적 과제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며 “그것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대화를 통해서 건설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가 국정과제 1호인 ‘일자리 정책’은 재계의 협조가 없으면 사실상 추진키 어려운 부분이다. 일자리위원회는 대한상의를 시작으로 19일 한국경영자총협 회장단, 21일 무역협회 회장단 등을 차례로 만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계 협력을 당부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경련은 이같은 ‘대화 파트너’에서 빠져있다. 5개 경제단체의 맏형격임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만남은 예정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전경련 패싱(passing‧배제) 현상은 이미 일찍이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전경련은 위상이 바닥으로 고꾸러진 상태다. 뼈를 깍는 쇄신을 약속했지만 ‘해체론’이 여전히 들끓고 있다. 삼성·현대차·SK·LG 등 4대그룹을 비롯해 회원사 수십곳이 줄줄이 탈퇴하면서 재계 단체로서 입지는 물론, 재정난까지 마주했다.

◇ 위상 추락한 전경련, 패싱 현상 심화

재계 목소리 창구로서의 주도권도 잃었다. 정부와 재계를 잇는 가교 역할은 대한상의에게 내줬다. 두산그룹 전 회장인 박용만 회장은 대한상의를 이끌며 재계의 ‘소통’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12일부터 13일까지 이틀 간에는 여‧야당 지도부를 차례로 만나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뉴시스>

방미 경제사절단 구성 업무도 대한상의가 꿰찼다. 이 업무는 통상 전경련이 맡아오던 것이지만 이번에는 대한상의에게 이관됐다. 대한상의는 주요 단체들에 등에도 참가 희망 기업 요청을 받아 추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방미 경제사절단에 재계 인사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를 비롯한 중소기업인 50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관측된다. 허창수 GS그룹 회장도 전경련 자격으로 참석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전경련 회원사들은 눈치보기가 한창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참가하고 싶다고 해서 참가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냐”며 “일단 상황을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경련이 흔들리는 사이 대한상의는 입지를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다만 ‘재계 창구’로서 역할론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대한상의가 전국 상공인을 대표하는 단체인만큼 ‘대기업의 입’ 역할을 하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시선이다. 대한상의의 회원사 중 대기업 비중은 2% 내외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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