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물산과 제일모집 합병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1심서 실형을 받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좌)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우)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가 16일 오후 119개 공공기관에 대한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발표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결과에 따라 예산배정, 성과급, 인사 등에 영향이 미치는 만큼 각 기관들에게는 민감한 사안이다.

기재부의 발표에 따르면, A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은 한국도로공사, 관광공사, 건강보험공단 등 16곳으로 나타났다. 수자원공사, 인천공항공사, 한국전력, 한국수력원자력, 공무원연금공단, 예금보험공사 등 가장 많은 48개 기관이 B등급을 받았다.

이어 한국마사회, 한국철도공사, 신용보증기금, 주택금융공사 등 38개 기관이 C등급을 받았다. 가스공사와 석유공사, 국민체육진흥공단, 기술보증기금 등 13개 기관은 평가결과 D였다.

가장 낮은 E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은 대한석탄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 국립생태원, 아시아문화원 등 4개로 집계됐다. 기획재정부는 E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의 기관장에 대해서는 해임권고를 대통령에게 할 수 있다. 실제 기재부는 실적부진 기관의 기관장 중 재임기간이 6개월 이상인 9명과 상임이사 15명에 대해서는 경고조치 했다. 또 D등급 이하를 받은 17개 기관의 경영개선 계획을 제출받아 이행사항을 점검하기로 했다.

다만 국민연금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B등급을 받은 것을 두고 뒷말이 적지 않다. 이들 기관은 최순실 국정농단과 직접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공단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을 강요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8일 1심 재판부는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바 있다.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역시 같은 혐의로 1심에서 2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역시 자유롭지 않다. 송성각 전 콘진원장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과 함께 포스코 계열 광고업체 포레카 지분을 강탈하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특검은 최순실 등이 포레카 지분을 강탈해 포스코와 KT의 광고를 독점하려 했던 것으로 의심했었다.

국정농단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이들 기관이 예상보다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경영평가의 신뢰도에 논란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경영평가 제도의 전면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 삼성의 합병과정에 찬성하면서 수천억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평가결과가 국민눈높이에 맞아야 하는데, 과연 국민연금보다 낮은 평가를 받은 공공기관들이 쉽게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에 대해 정부측 한 관계자는 “경영평가는 재무건전성 경영관리 정책이행 등 항목별로 시스템에 따라 진행하기 때문에 정치적 이슈와는 다소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안’에도 구멍이 뚫리면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당초 기재부는 경영평가 발표를 20일로 계획했었다. 그러나 평가결과가 유출되고 언론에 보도되면서 혼선이 빚어졌다. 각 기관들의 항의도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에 갑작스럽게 시기를 4일 당겨 이날 발표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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